‘대통령만 찾는 사회’
‘대통령만 찾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믿기 힘들고 일어나서도 안될 참담한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져 온 국민과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다. 주검이 되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남의 자식이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할 수 없는 내 가족의 일이며 대한민국의 일이다. 대통령은 그동안 ‘공급자 중심, 공무원 중심의 행정을 수요자인 국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유기적으로 협조를 구축하라’, ‘현장중심 행정을 펼치고 피드백 구조를 갖추라’ 등을 줄기차게 주문해 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공무원 사회에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하니, 메스 수준이 아니라 전기톱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미개’라는 표현, 너무 감성적이지 말아야

정몽준 막내아들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는 일갈에, 평가 하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정몽준 막내아들을 세월호 피해자들을 모독한 패륜아로 몰아가려고 하고, 다른 하나는 막내아들의 앞뒤 문맥 다 빼고 미개라는 말도 감성적으로 너무 빠지지 말고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시각을 바라보고 행동하자는 게 핵심이다. 진정 국민이 미개한 게 아니고 국민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젊은 청년의 격정 어린 호소문이라고 반응한다. ‘미개’라는 한 단어를 제외하면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고, 어디엔가 그 분노를 표출하고 싶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분노의 분출 방법과 대상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권력자의 역할은 적절한 곳에 책임을 분배하고, 밑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밑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절차나 과정의 접근과 이해보다는 오직 권력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정향은 권리와 의무관계의 정착과정인 시민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사회 진단지표가 될 수 있다. 20세기 초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시민사회는 서구와 같이 정치·사회적으로 근대 시민사회적 의식구조와 생활양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이 아니라 외세에 의해 파행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그래서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평등, 민족적 통일을 지향하면서 일상생활상의 요구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사회내 사건사고는 정치적인 권력과의 갈등 과정에서 정치운동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정치사회가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때 시민사회는 두 가지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 하나는 이른바 영향의 정치를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여 세력화하는 것이다. 사회구조는 선진 사회로부터 수입된 각종 법규와 제도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러한 제도와 법은 그 주체가 되는 사회 성원들의 의식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고를 자신의 이익도모를 위한 타산적인 관점에서 수행하며 타인을 이용가치에 따라 평가하는 까닭에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떤 내적인 유대나 정서적인 연대감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사회는 신뢰가 원천적으로 구축될 수 없으며 상호 불신 속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관계에 있게 된다.

사회의 기본적인 관계가 이기적 불신에 바탕을 두게 되면 그 표출은 권력정점으로 상향적이다. 이는 이해관계의 충족이나 정치적 입지 공고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운동의 분화는 생활이슈를 시민사회 내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민주화의 사회적 기초를 확대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완성은 형식적 절차가 제도화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사회가 정착되고,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의 절차와 통로가 충분히 개방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이해표출, 정점 지향적 바람직하지 않아

정치과정의 분노나 감정의 이해표출이 오직 정점 지향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능과 역할의 분화를 인식하면서도 차이 속의 연대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 심화조건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