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34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34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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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3. 솜털 날리는 여자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잖아? 하는 짓거리도 그렇고, 차림새도…….”

“맞아. 내가 보기에도 그래. 정상이 아냐.”

“그럼 미친……?”

“바로 그거야. 돌아버린 여자라고, 돈 여자.”

그다음부터는 뒤죽박죽이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욕설도 흘러나오고 혀를 차는가 하면, 못 볼 꼴을 봐서 재수 없다느니 오늘 장사 다 망쳤다느니 별의별 소리들이 난무하였다.

그러나 술명은 달랐다. 그는 광녀가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무수한 솜털을 통해 비차를 보고 있었다. 그 솜털 수만큼의 비차. 처음에는 솜을 재료로 한 비차 머리 부분처럼 보이다가, 점차 몸통과 날개, 바퀴 등이 모두 갖춰진 하나의 완성된 비차로 변해갔다.

술명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수십 개의 비차들이 그곳 객줏집 마당 위를 날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비상에 성공한 비차-그것은 광녀가 날린 솜털이 아니라 조운이 날린 비차가 되어 술명을 감격과 환희로 몰아넣었다. 아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순간이란 말인가. 그런 속에 광녀의 노래가 또 나왔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그러나 그 노래가 끝이었다. 그 소란이 벌어지자 누가 불러왔는지 아니면 스스로 듣고 달려온 건지는 모르나 객줏집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게 어떻게 또 안으로 들어왔지? 내가 쭉 문간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객줏집 사내가 혼잣말같이 하는 그 소리를 들은 술명은 곧 깨달았다. 광녀는 그전에도 그곳에로의 출입이 잦았다는 사실을. 술명은 가슴을 졸였다. 거구인 객줏집 사내의 주먹이나 발길질 한 방이면 광녀는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게, 그는 술명이 처음에 느낀 대로 사람 좋은 태도를 보였다.

“어서 나가지 못해? 맞고 싶은 거야?”

객줏집 사내는 그렇게 입으로만 을러댈 뿐 폭력을 행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는 미쳐버린 그녀를 가련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도원 처녀였다. 순순히 말을 들을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객줏집 사내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제가 하던 짓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솜털 몇 개는 그녀 가까이 서 있는 객줏집 사내 얼굴과 어깨에 들러붙기까지 하였다.

“안 되겠군. 그냥 곱게 돌려보내 주려고 했는데…….”

급기야 화가 치민 객줏집 사내가 솥뚜껑만 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가녀린 광녀 허리를 움켜쥐었다. 술명이 조마조마한 눈으로 지켜보기에 사내가 손아귀에 조금만 힘을 주면 광녀 허리는 그대로 부러지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광녀는 사내에게 허리를 틀어 잡힌 채로 솜털을 뽑아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짓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입으로는 그 노래를 부르면서.

객줏집 사내가 주먹으로 광녀 입을 콱 틀어막았다. 광녀가 사내 손을 떼 내려고 버둥거렸지만 어림없었다. 광녀는 문간 쪽으로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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