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안상수 앙숙시대 재연되나
홍준표-안상수 앙숙시대 재연되나
  • 이홍구
  • 승인 2014.06.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지사-창원시장 구도 엇박자 우려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인와 안상수 창원시장 당선인간 향후 관계 설정에 도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동 마산어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가까이 선채 속삭이고 있는 모습.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 도전에 성공한 홍준표-안상수 당선자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관계를 설정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2 앙숙시대’ 도래를 점치는 시각도 있는 반면 ‘정치에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며 극단적인 대립구도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새누리당 전신 한나리당 대표를 차례로 지낸 두 사람은 닮은 듯 다른 정치역정과 라이벌 관계로 화제가 됐다.

안상수 창원시장 당선자(68)와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자(60)는 검사·변호사로 재직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된 이후에는 18대까지 내리 4선에 함께 성공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진 것은 지난 2010년 당 대표 경선때였다.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두 사람은 ‘개 소송’ 문제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안 의원이 2위를 차지한 홍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가 됐지만 안상수-홍준표 두 사람은 이후 당지도부 회의 때 수시로 파열음을 내며 대립했다. 묘하게도 두 사람은 19대 총선에서는 안상수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홍준표 의원은 낙선하여 여의도를 떠나는 아픔도 함께 겪기도 했다.

그동안 정가에서 대표적 앙숙관계였던 둘은 이번에는 6·4 지방선거에서 또 한번 맞붙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두 사람은 공천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지만 안 전 대표가 출마의사를 접으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전 대표는 “마지막 정치인생을 경남에 걸겠다”며 경남지사 재선에 도전한 홍 지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홍 지사로서는 정치인생 후반에 또 한번 오랜 악연을 떠올리게 한 셈이다.

이후 안 전 대표는 방송에서 “지난 보궐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직을) 한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홍 지사가 한번 양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러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홍 지사도 즉각 반격에 나서 “지난 재·보선에서 안 전 대표가 양보한 일이 없다”며 “이게 무슨 서로 나눠 먹기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런 말씀 하는 것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안 전 대표를 향해 “보온병 가지고 흔드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가 도지사 출마를 포기하고 창원시장에 출마한 뒤에도 신경전을 계속됐다. 안 전 대표는 창원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홍 지사와 경선을 앞둔 박완수 전 창원시장 지지 의사를 밝히며 홍 지사를 견제했다. 안 전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도내 정가에서는 안상수-박완수 연대설이 나왔다. 홍 지사 측은 이에 대해 “보온병 연대는 시대착오적인 정치행태”라며 비난했다.

결국 홍 지사와 안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남지사와 창원시장에 각각 당선되어 경남 정치권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도내 정치권 뿐 아니라 도민들은 홍준표-안상수 당선자가 제2의 앙숙시대를 여느냐, 새로운 관계설정을 하느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남을 아우러는 도백과 거대도시 창원의 수장의 의지에 따라 경남도와 창원시가 원만하게 협조하느냐, 사사건건 대립하느냐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두 당선자가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제한적 동반자적 관계’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홍 지사와 다음 도지사 도전이 유력한 안 전 대표가 서로 날을 세우고 대립할 경우 두 명 모두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두 사람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공동유세를 하며 경남발전을 위해 상호협력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0일 도내 국회의원 10여명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홍 지사와 안 전 대표는 경선과정에서의 앙금을 털어내며 소주잔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를 지낸 두 명의 정치 거물이 도지사와 창원시장이라는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정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관계설정을 할 지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