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김연아·박지성·김성근’을 기다리며
또다른 ‘김연아·박지성·김성근’을 기다리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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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경남도청 국제통상과장)
‘국민 여동생, 피겨 퀸(Qeen)’ 김연아 선수가 지난 5월 6일 마지막 아이스쇼를 끝으로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연이어 ‘영원한 캡틴 박(Park)’ 박지성 선수도 지난달 14일 현역은퇴를 선언함으로써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마무리되고 있다. ‘서산에 지는 해가 가장 붉게 탄다’고 했던 어느 노(老) 정객의 말처럼, 그들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시 한 번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김연아 선수는 전형적인 선진국형 스포츠인 피겨스케이팅을 국민스포츠로 만든 ‘올림픽 영웅이자 국민 여동생’이다. 제대로 된 전용 아이스링크도 없는 피겨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세계선수권·월드그랑프리 등 수많은 대회에서 환상적인 연기로 정상의 자리를 지켜 ‘퀸(Qeen) 연아’, ‘빙판 위를 날아다니는 발레리나’라는 칭송을 받으며 세계 여자 피겨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발 벗고 나서는 등 그 마음 씀씀이 또한 ‘월드 챔피언’이었다. 오늘의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만든 것이 ‘처절하고 치열한 근성의 악바리 김연아’였다니,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김연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김연아가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또 다른 영웅인 박지성 선수는 어떤가. 1970~1980년대 불세출의 축구영웅 차범근 선수 이후 축구의 본고장 유럽무대에서 최고의 아시아 출신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및 리그·컵대회 우승 3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컵대회 등 총 11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의 맹활약은 수많은 ‘박지성 키즈’를 양산했고, 우리 선수들의 유럽 진출 기폭제가 됐다. 이러한 박지성 선수의 대단한 성취 뒤에는 남모르는 치열함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행운은 노력하는 자를 위한 빈자리일 뿐, 대가 없이 찾아오는 우연이 아니다’는 신조로 매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무릎 연골은 완전히 닳아 없어져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그가 국가대표팀 은퇴와 월드컵 불참을 선언했을 때 그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바꿔 놓았으며, 그것으로도 국민들은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라고 하는 것은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두려운 건 비판이 아니라 패배다. 현실이 바닥이라면,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으면 끝끝내 이긴다는 것, 내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김성근 현 고양원더스 야구감독, 전 SK 와이번스 감독)

현재 가장 존경받는 야구인 중 한명은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일 것이다. 2007년 시즌부터 SK 와이번스를 맡아 2011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이룩했으며, 그 무엇보다도 하위권 팀을 혹독하게 조련해 우승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는 ‘이쯤하면 됐다’는 순간은 없다고 한다. 몸과 정신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훈련을 하고, 비가 오는 날은 더 혹독하게 연습을 시킨다고 한다. 그것은 그날의 고통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이겨내는 이유가 되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그가 프로야구 판을 떠나 있지만, 대한민국 최초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 선수들의 치열하고 뜨거운 연습과 훈련은 또다른 새로운 야구역사가 되고 있다.

현재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아직 어느 누군가도 주목하지 않는 생소한 분야에서 묵묵히 치열하게 오늘을 살고 있을 ‘내일의 김연아·박지성·김성근’에게 존경과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서산에 지는 해가 가장 붉고 아름답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기 마련이다. 당신들의 역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박성민 (경남도청 국제통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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