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용사를 위하여
무명용사를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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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복지과장)
‘조국을 위해선 이 몸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은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전사한 무명용사는 자신의 시신을 담을 작은 관조차 사양했지만 이분들에게 편안한 영면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적인 책무다.

서울현충원에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5만 4000여 위의 6·25 전쟁 전사자 중 상당수가 무명용사들이라 한다. 지난 60년의 긴 세월 동안 찾아오는 사람 없이 언제나 쓸쓸한 이 묘역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더구나 이분들은 이름을 알 수 없기에 전사자 명단에도 없는 기막힌 죽음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6월을 맞는 우리는 무명용사로만 기억되는 분들이 이름도 없이 왜 여기에 누워 있으며 우리들이 그분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6·25 전쟁 당시 적의 총탄을 얼마나 맞았는지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니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용사들의 그 가열한 나라사랑 정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무명용사와 같이 우리를 대신하여 전사한 분들을 기억하고 국가가 그의 잊혀진 이름을 찾아주는 것, 국가의 정체성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역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한다. 유일하게 365일, 24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경비병이 보초를 서고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 최고의 성역으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정부는 조국을 위하여 비록 이름 없이 전사했더라도 그들을 가장 영예스러운 곳에 안장하고 주야로 보초를 서서 그들의 영면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무명용사 묘역이 미국 등 선진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6·25 전쟁 당시 전사했으나 아직까지도 시신을 찾지 못한 13만여 분이 전국의 산야에 묻혀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도 더 지났지만 호국영웅들의 시신을 아직도 찾지 못한 후손으로서의 죄스러움은 날이 갈수록 더하다. 6월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성찰의 계절이기도 하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해 자녀와 함께 현충원 무명용사 묘역에 가보기 바란다. 아무도 찾지 않는 색 바랜 비석의 숲을 본 우리 아이들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 감동이 바로 아이들의 가슴에 나라사랑이란 씨앗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고운 햇살 아래 용사의 비석에 알알이 맺혀 있는 아침이슬은 무명용사를 위하여 우리들이 흘려야 할 눈물이 아닐까.
 
 
윤일구 (창원보훈지청 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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