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하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당부하는 말
새로 시작하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당부하는 말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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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세월호 참사 와중에 지방선거가 다가왔고, 그리고 끝났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들어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세월호의 충격은 어느 정도 잦아들고 이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세월호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는 언론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이전처럼 쉽게 잊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 이후,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얼마 전까지 온 동네를 뒤덮었던 지방선거 후보들의 현수막들이 사라지고, 당선된 분들과 낙선한 분들의 감사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도민, 혹은 시민에게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한다는 것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현수막을 보면서 ‘저 분들에게 시민 혹은 도민은 누구일까? 그 시민과 도민의 범주에 우리 모두가 포함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런 의심은 진주의료원 폐쇄, 밀양의 송전탑 반대운동, 강정의 해군기지 반대운동, 노동조합들의 철탑 농성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부르짖음에 정치인들이 보여주었던 태도로 인해서 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참사가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것이다.

이렇듯이 세월호 참사는 이런 의심을 포함하여 ‘관피아’니 ‘해피아’니 하는 해괴한 말로 지칭되는 지도층 인사들의 탐욕과 무능 등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우리 모두가 직면하도록 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직면하게 된 이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가만히 있음’으로써 참사의 발생에 일조했었음을 알려주었다. 이것이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의문들, 우리에게 요구했던 성찰들이 다시 희미해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든다. 사건 후 50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이 있는데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우리의 약속들이 앞으로 다가 올 월드컵,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등의 국가적인 행사에 자칫 묻혀 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제기한 물음들, 즉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국가에게 국민이란 무엇인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그 무엇보다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야 할 의무로부터 벗어나 또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정말 두렵다. 또한 공부를 잘하라고 닦달했던 것이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말에 공감하면서 느꼈던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요구했던가’라는 성찰에서 쉽게 뒤돌아서게 될까봐 진정으로 두렵다.

그래서 새로 들어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두려움이 기우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부탁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허망하게 죽어간 우리 아이들과 이웃들의 죽음을 잊지 말고, 그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교훈이나 성찰을 잊지 말고, 그래서 도정과 시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우리 시민, 도민 모두가 행복한 경상남도, 진주시를 만들어 주기를 부탁한다. 약한 자들, 아프다고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말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지방정부, 지방의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치에도, 경제에도, 문화에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해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그리고 우리 도민, 우리 시민들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세월호 참사가 요구하는 변화에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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