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인생이란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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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인간이 태어나 유년기나 소년기에 바라보는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한 것으로만 가득 차 있지 않을까? 그들은 깊이 사색할 줄 모르고 별 고민이 없으며, 슬픔이 있더라도 그것은 고민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기 때문이다. 고민을 안다는 것은 현실을 사실 그대로 내다볼 때 가능한 것이며 또한 그만큼 사색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런 의혹과 불신이 없이 모든 사람의 말을 순진하게 받아 드리고 슬퍼도 기뻐도 그들이 잃지 않고 지니고 있는 것은 꿈이 아닐까 한다. 신비한 세계 속에서 그들은 마치 저 먼 창공의 별들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꿈에 가득차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유년과 소년기가 지나고 나면 젊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시절의 그 많은 꿈들을 현실 속에서 찾으려고 대담하게 나아간다. 어린 날의 꿈을 현실 속에서 찾는 사람은 그것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그 청춘이 다가도록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젊음들을 불태워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청춘기도 오래가는 건 아니다. 젊은 시절의 남녀들은 설익은 과일처럼 어설픈 것이 그들의 매력이지만 결국 불혹이 되어서야 비로소 모든 건 정리되고 성숙했다는 점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인생의 가장 큰 멋이란 과연 어느 때 찾아보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파악하고 또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기는 어느 때 일까? 물론 행복이란 불행의 반대의 개념이기도 하지만 참된 행복이란 우리에게 사색의 능력이 발달했을 때 얻어지는 개념이기도 하다. 행복이란 삶의 보람을 의미하는 것이요, 그 같은 보람은 인생에 대한 판단력에서만 얻어지는 것 아닌가. 어쩌면 그 삶의 보람 속에서 생명의 찬미를 의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의미를 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참된 행복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아마도 소년과 젊음을 거친 그 이후일 것이다. 젊은 시절일 때는 비판적인 사고력이 생기기도 하며, 정신적 구조 자체가 쉽게 감동하고 육체적 구조 자체는 쉽게 행동에 나서게끔 되어 있다. 그래서 젊을 때에는 일단 행복이라고 판단이 내려지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나서게 된다는 것. 그래서 젊었을 때에는 행복감에 가득 찰 수 있겠지만 그러나 중년에 비하자면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점 또한 있다. 참된 판단이란 항상 경험의 기초위에 얻어지는 지혜이기 때문에 경험 부족으로 판단력이 때때로 빗나간다는 점이다.

결국 행복의 의미를 알고, 인생의 멋을 알고 살아갈 수 있는 시기는 오랜 방랑이 끝난 후 안정을 찾고서 본격적인 작업에 투신하는 중년기일 것이다. 그러나 또 그렇게 행복 속에서 활동하며 인생의 멋을 찾을 수 있는 시기가 과연 몇 해나 지속되랴. 중년은 곧 추억에만 살아가는 노년기의 문턱이 아닌가? 그렇다면 결국 인생이란 참된 행복을 겨우 알 만큼 되었을 때면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야하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행복을 찾아 헤매는 것 보단 아주 열심히 창조적인 작업에 나서고 아주 열심히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사색해 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옳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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