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44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44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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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2. 싸울아비들
김성일은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을 기용했다.

본관이 밀양인 손승선을 수성유사로, 전쟁이 끝난 후에 ‘관란정’이라는 정자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는 허국주와, 나중에 진주성 밖에서 시민을 크게 도우는 정유경을 복병장으로 삼았다. 복병은 적을 불시에 내치기 위해 요긴한 목에 숨겨둔 군사였다.

하천서를 군량 책임자인 조도로, 강덕룡을 갑병 등을 수선하는 병기 책임자로, 신남은 음식을 관장케 했다. 사람됨과 특기 등을 고려한 적절한 배치였다.

훗날 좌승지로 추증되는 하천서와 그의 아들 하경호의 재실이 ‘망추정’인데, 지금도 남아 전해지는 그것은 송진으로 된 소나무를 소금물에 삶아 말린 것을 써서 재목이 상하지 않고 나무의 곡선미를 잘 살린 재실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강덕룡 같은 이는 무예와 용맹이 뛰어나 정기룡, 주몽룡 등과 더불어 ‘삼룡’이라 불리기도 한 사람이었다. 임진년 1년간 열두 차례에 걸친 대소전투에 참가하여 모두 이긴 그는 효성도 극진하였다.

임진전쟁 당시 ‘육지의 이순신’이라고 불린 정기룡 장군. 초명은 무수(茂壽), 본관이 진주인 그는, 곤양 정씨의 시조가 된다. 그가 기룡이란 이름을 얻게 된 데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가 무과에 급제하였을 때, 선조는 종루 거리에 용이 일어나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선조는 인재를 물색하다가 그를 얻어 ‘기룡’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용력이 뛰어나고 무과에 급제한 후 선전관을 거쳐 금산군수가 되기도 하는 주몽룡. 나중에 충청도 홍산에서 이몽학이 일으킨 반군들이 세력을 높이기 위해 그를 한패로 선전한 바람에 투옥되었다가 석방되기도 하는 인물이었다.

하여튼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장들이 모두 출동했다고나 할까. 그런 훌륭한 기용 후에, 허물어진 성곽을 고치고, 얕은 못을 더욱 깊게 파고, 군대 기율을 바로잡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성일은 휘하 장졸들에게 당부했다.

“진양은 호남의 보장(保障)이니, 진양이 없으면 호남이 없게 되며, 호남이 없게 되면 국가는 어찌 할 도리가 없게 될 것이다. 왜적의 침 흘림이 늘 이곳에 있으니 방어하고 지킴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한 어느 날, 성안 사람들을 바짝 긴장케 하는 정보가 칼이나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사천현에 주둔하고 있는 왜군이 진주를 침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시민은 즉시 조대곤, 사천현감 정득열 등과 머리를 맞대었다. 뜻이 모아졌다. 조선군은 십수교(十水橋: 열물다리)에 잠복했다.

본관이 하동인 정득열은 비변사 관료들이 무신들을 추천할 때 관찰사 강섬의 천거를 받고 등용된 인물이다. 지금 부여 관북리 부소산성 안에는 하동 정씨 사정려(四旌閭)가 있는데, 거기에 정택뢰, 정택뢰의 처 동래 정씨, 정천세 등과 함께 모셔져 있기도 하다.

십수교는 일명 십수제(十水梯)라고 하여 형교가 아닌 사닥다리형 다리였다. 사천의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하천이 열물(바닷물 조수)이 되면 그 다리까지 화물선이 들어와서 하역작업을 하였다. 그곳은 외부에서 쉬 발견할 수 없는 지형이었다. 게다가 얼마나 은밀하게 군사를 움직였던지 십수교 북쪽에 있는 하동마을 주민들도 전혀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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