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4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4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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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3. 환각은, 꿈은
시민이 비수같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늘과 나 자신 보기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을 것이외다.”

면도 시민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맞받으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 같구려. 하하.”

시문집인 <송암실기>를 저술하기도 한 김면. 규장각 도서에 있는 이 책은 임진전쟁 당시의 의병 활동상황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중 서(書)는 대부분 곽재우와 김성일에게 보낸 것으로, 임진년 당시 왜적의 침입에 저항하여 힘을 합칠 것을 호소하고 국토를 수복할 날이 가까움을 믿고 한층 분투할 것을 촉구한다.

하여튼 면은 무예 못지않게 병법에도 능한 시민과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시민이 적의 앞을 막으면 면이 그 옆을 쳤다. 면이 적의 뒤를 따르면 시민이 활을 쏘아 적을 넘어뜨렸다. 그런데 한 번은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서서 싸우던 시민이 그만 왜군 칼에 맞아 발을 크게 다쳤다.

“괜찮겠소? 혹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면이 눈물을 흘리며 걱정했다. 그러자 시민은 부상당한 발을 흔들어 보이며, 자신 있는 웃음으로 고맙다는 인사와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 시민의 말이 ‘히히힝!’ 하고 소리 높여 울며 앞발을 치켜들었다. 면이 물기 젖은 눈으로 말했다.

“공(公)은 이번 전쟁의 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오.”

시민이 눈은 군사들을 보고 손으로는 자기 애마를 다독거려주며,

“진짜 영웅은 저 이름 없는 병사들과, 주인을 위해 죽어갈 말 못 하는 이런 군마라고 보오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금산현에서 서남 방면으로 공격해오는 왜군을 사랑암 부근에서 대파한 전공으로 시민은 진주목사에 임명되었다.

‘장군이 병권(兵權)도 함께 가지는 목백(牧伯)이 되셨구나!’

조운의 기쁨도 컸다. 시민이 뛰어나게 될수록 그는 그만큼 더 훌륭한 인물을 구하는 것이다. 평생을 비차에 바치는 보람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조운은 이번에 좀 더 보완한 비차를 애무하듯 가만가만 만져가며 소리 낮춰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조운이 더한층 감격스럽고 큰 각오를 다져가기 시작한 것은 지금 진주성에 시민이 있다는 사실에서였다. 그리하여 비차를 만들어 타고 성안으로 날아 들어가 시민을 태우고는 둘이서 저 하늘 높이 훨훨 오르고 싶은 욕망에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그러면 부모님이 보묵 스님과 함께 보았다는 연지사종도 그 우렁찬 소리로 화답할 것이다.

수성장(守城將)으로서의 시민은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취임 후 진주 방어를 위해 병기 제작에 몰두했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수성군 맹훈련에 돌입했다. 특히 포로가 되었거나 전향한 왜군으로부터 제조 방법을 알아내어, 염초 510근을 만들고, 총통 70여 자루를 새로 제작했다. 그런 다음 수성군에게 그 사용법을 연마시키니 사기는 비봉산을 춤추게 하고 남강 물을 역류시킬 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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