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눈감으면 또다른 피해자 생겨”
“폭력 눈감으면 또다른 피해자 생겨”
  • 정원경
  • 승인 2014.06.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진주외고 사건 이후 예방위해 학교 순회
“친구가 맞고 있다면 연락해. 못본 체하면 다음엔 네가 피해자가 될 수 있어”,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 “넌 할 수 있어.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마”

지난 13일 오후 진주시 장재동의 경남자동차고등학교 다도실에서 경찰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주외고 사망사건 이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순회 간담회 자리다. 딱딱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교폭력 전담 경찰들이 농담을 던지며 학생과 소통을 시도했다. 간혹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진주경찰서 아동청소년계 권동춘 경위는 “위압적 분위기에서는 학생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얘기하기 전에 다가가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진주외고 사건이 있기 전까지 학교는 금경(禁警)의 구역이었다. 사실 지금도 교육계에서 학교의 일에 경찰이 관여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예방목적이지만 여전히 경찰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학교폭력 경찰들이 제복을 입고 학생들과 만나지만 최대한 경찰 ‘티’를 내지 않으려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기존의 캠페인성 활동으로는 학교폭력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학교 순회 간담회를 계획했다. 주입식의 예방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어려울 때 경찰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편한 분위기에 진행되다보니 간담회에서 인생상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날도 실업계 학교를 진학해 경찰의 꿈을 포기했다는 학생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권 경위는 경찰이 되는 과정을 설명한 뒤 “꿈을 포기하지 마라”고 격려했다.

경찰 1명당 학생 4~5명이 둘러앉은 간담회는 학교폭력 근절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은 뒤 117(학교폭력 신고 전화)운영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마음을 연 학생들은 정당방위를 비롯해 학교폭력에 대한 법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강재생 아동청소년계장은 “간부 학생들은 경남자동차고등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다. 선후배와 친구들의 멘토가 되어 어떻게 이끌어 주느냐에 따라 학교 분위기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 있다”며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계속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 학교폭력없는 학교, 가고싶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진재영 경사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나 학우들 중에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줘 조언을 구해달라”며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학교폭력은 신고를 해서 알려야만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를 마친 2학년 학년장 박가훈(18)군은 “간담회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알게되고 고민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원경기자 jwk911@gnnews.co.kr

전담경찰관1
지난 13일 진주시 장재동 소재 경남자동차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폭력전담 경찰관과 간부 학생들과의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폭력 문제와 개인의 진로 문제도 상담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