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65년
6.25전쟁 65년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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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달팽이 뿔 같이 좁은 세상에서 무슨 일로 그리 다투는가?/ 부싯돌에서 튀는 불꽃에 잠시 이 몸을 기탁한 짧은 인생인데/ 부자든 가난하든 즐겁고 기쁘게 살아야지/ 입 벌리고 웃을 줄 모르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네. “와우각상쟁하사 (蝸牛角上爭何事)/ 석화광중기차신(石火光中寄此身)/ 수부수빈차환락隨富隨貧且歡樂)/ 불개구소시치인(不開口笑是癡人)”. 백거이의 시 ‘대주(對酒)’이다.

▶미친 물 바위 치며 산을 울리어/ 지척에서 하는 말도 분간 못하네./ 행여나 세상시비 귀에 들릴까/ 흐르는 물 시켜 산을 감쌌네.(원문생략=지관스님 역). 고운 최치원의 ‘가야산독서당’이다.

▶백거이는 달팽이의 왼쪽 뿔을 촉나라, 오른쪽 뿔을 만 나라로 상정하고 두 나라가 싸우다가 1만 여명이 죽고, 달아나는 적을 보름 동안이나 추격하다 돌아왔다고 비유한 ‘장자’, ‘칙양편’의 우화를 끌어다 시를 쓰면서 제목을 ‘술을 마주하고’라 했다. 자신이 이룩한 학문과 문장을 따르지 못하는 세상인심에 붙일 곳을 잃은 고운이 깊은 좌절을 안은 채 인간의 시비 소리를 가야산 깊은 계곡에 쏟아지는 물소리로 차단하고 세상사와 인연을 끊겠다는 각오로 쓴 둔세시(遁世詩)가 ‘가야산 독서당’이다.

▶세상사가 너무나 시끄럽다. 옳고 그름을 두고 싸운 인간사엔 지금이라고 해서 옛날보다 나이진 것이 없다. 상대편은 무조건 그르다고 나무란다. 편을 만들어 힘으로 몰아 부친다. 오늘로서 6·25전쟁 65년이 됐다. 그 긴 세월에도 남북은 아직도 분단 상태에서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 내부는 극심하게 갈려있다. 상대방이 가장 바라는 것이 내부분열이란 것을 저들은 모른다.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을 경영한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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