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 교수의 의학이야기
정정화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나리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53세 가정 주부가 건강검진 후 고지혈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상담을 하러 왔다.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은 즐기지 않고, 집에서 밥과 나물 반찬 위주로 먹으며 몸에 좋다는 과일도 많이 먹는데 왜 고지혈증이 왔는지 의아해하며 검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검사결과를 보니 총콜레스테롤 248mg/dL, 중성지방 350mg/dL, HDL-콜레스테롤 37mg/dL이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인체 내에서 일부 호르몬과 비타민D 합성, 답즙산의 생성, 세포막의 구성 성분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지게 되었을 경우 동맥경화증을 비롯해,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그렇다면 고기도 기름진 음식도 많이 안먹는 이 가정 주부가 고지혈증이 진단된 이유와 예방방법을 알아보자.

고지혈증이라는 용어는 혈액 속에 지방 성분이 증가되어 있는 상태로, 총 콜레스테롤이 240mg/dL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최근에는 조직으로부터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주는 몸에 좋은 지단백을 포함하는 HDL-콜레스테롤이 감소되어 있는 상태까지 포함해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동맥경화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동맥에 죽상 경화를 일으켜 혈전을 만들어서 혈관을 폐쇄시켜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뇌에서 일어나면 뇌경색, 심장의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과 같은 흔히 말하는 성인병이 발병할 위험도 증가한다. 이러한 고지혈증은 예전에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던 진단명이었다. 하지만, 서구화된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현대인들의 운동부족, 비만 등으로 인해 고지혈증으로 진단받는 환자수가 급증하게 되면서 그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고지혈증의 원인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고기를 많이 먹어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이나 포화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 특히 튀긴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에 생기기 쉬운데, 채소를 자주 먹어도 많은 양의 참기름 등에 무쳐서 먹게 되면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과다한 음주는 혈중 중성지방을 높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도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며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신증후군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이 가능하므로 이런 질환의 관리도 중요하다. 유전적 요소도 중요한데, 특정 가족성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더욱 일찍부터 관리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채소나 과일위주의 식단을 즐겨먹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고지혈증에 대해선 안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주식으로 밥, 떡, 국수, 빵, 라면, 고구마, 감자 등을 많이 섭취하거나 음주를 하게 되면 중성지방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이 고지혈증은 미리 발견할만한 특이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지혈증으로 인한 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통해 고지혈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고지혈증 검사를 위해서는 검사 전날 저녁 이후부터 12시간 금식한 상태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검사는 성인, 즉, 20세가 되면 시작해야 하고, 최소 5년에 한번씩은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이미 심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은 위험율이 높으니 보다 자주 검사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원인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섬유소를 섭취하고, 인스턴트 식품과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름기가 많은 육류, 달걀노른자, 명란과 같은 알 종류, 새우, 오징어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와 과음 또한 중성지방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식이 조절과 함께 주 3~4회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식사와 운동 요법으로 혈중 지질이 지속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데, 고지혈증은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중요하며 혈액 검사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 되어도 대개 약을 끊으면 다시 오르는 경우가 많아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나리자가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페르난도 보테르의 모나리자가 보다 현실적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카톨릭의 영향으로 탈 육식문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16세기 이탈리아의 부유한 가정의 부인이었던 모나리자도 운동부족과 과식으로 인한 고지혈증 환자였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니, 나쁜 생활습관과 식습관은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었나 보다.

/경상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콜레스테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