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망신살
<이준의 역학이야기> 망신살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타깝게도 안대희·문창극 두 사람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연이어 스스로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한 분 한 분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분들이라 하더라도 어떤 부정적인 특정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하여 어떤 사람으로 못 박아 프레임화 시켜 버리면 비록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 한들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오인되거나 더 나아가 아주 악랄하고 몹쓸 인간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버린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서 청문회와 언론의 기능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4대 권력기관장(국정원, 검찰, 국세청, 경찰청) 등이다. 2012년 법 개정에 따라 모든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었다. 인사 청문회의 목적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의 자질을 국회가 미리 검증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느새 청문회는 이러한 고유의 목적달성보다는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라 신상털기, 인신공격, 비아냥, 못난 놈들의 비뚤어진 심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양산 등의 아주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 버린 측면도 없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그동안 잘난 놈들의 횡포에 억눌려 살아온 힘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의 한(恨)풀이도 일면 작용하고 있다.

언론 또한 검정(檢定)이라는 미명하에 은근히 사람들의 이런 얄팍한 심보를 건드리며 여론몰이를 한다. 사실(fact)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글쓴이의 의도대로 사람들의 편견과 광기를 끌어내어서 몰고 가는 아주 나쁜 행태의 습벽을 보이기도 한다.

‘사돈 남 말 하지마소!’란 속담이 있다. 자기 허물은 되돌아보지 못하면서 남의 단점은 지독히도 힐난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시는 이놈의 동네 우물을 마시지 않겠다고 침을 뱉고 떠나는 사람이 세 걸음도 가지 못하여 다시 돌아와 우물을 마시더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처럼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사람 사는 동네에서 그렇게 쉽게 막말을 내뱉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여하튼 자연인으로 가만히 살고 있었더라면 나름대로 존경받고, 나름대로 폼을 잡고, 나름대로 기염을 토하며 잘 먹고 잘살 수 있었을 두 분이 괜스레 나타나 온 국민들 앞에 얼굴을 팔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른바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문창극 후보자의 경우 자(子)년 해(亥)일이니 제대로 망신살에 앉아 있다. 물론 사주에서 살(煞)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지만 때로는 길 가다가 돌부리에 발가락 채이는 형국으로 한없이 아리고 아픈 것만은 사실이다.

망신살(亡身煞)은 12신살 중 하나로 삼합의 중간지지 글자 앞에 있는 지지이다. 즉 해묘미(亥卯未)의 띠이거나 또는 그 해가 인(寅)을 만나고, 인오술(寅午戌)의 띠이거나 또는 그 해가 사(巳)를 만나며, 사유축(巳酉丑)의 띠이거나 또는 그 해가 신(申)을 만나고, 신자진(申子辰)의 띠이거나 또는 그 해가 해(亥)를 만나면 망신살이 있다고 본다. 사주의 원국이나 해마다 돌아오는 세운을 헤아려 이 망신살을 본다.

망신살은 한마디로 인간관계의 기운이다. 그래서 망신살은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는 살이다. 그래서 망신살이란 나쁜 살만은 아니다. 다만 세상에 드러내어 외고 패고하면 신세를 망치기 쉬운 기운이다. 그러니 망신살이 들어 왔을 때에는 가만히 숨어서 고요하게 처신하여야 한다. 숨어서 즐기고, 숨어서 일을 도모하고, 숨어서 안빈낙도(安貧樂道)하여야 한다. 이름을 드러내고 얼굴을 드러내고 힘을 과시하려 들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어김없이 반작용과 반격이 들어온다. 하지만 반격과 반작용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힘차게 뻗어나가는 기운에 먼저 있어서 작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조용히 숨어서 활동(暗躍)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망신살은 숨겨 놓은 애인과 비밀스러운 연애를 하는 기운이다. 드러내면 바로 온갖 공격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망신살은 정면 돌파의 기운이 아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은밀하게 숨어서 성심성의껏 처리하면 마침내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기운이 망신살이다.

만약 문창극 후보와 청와대 측에서 은밀하게 숨어서 야당 및 언론과의 관계를 잘 조율하였더라면 의외의 결과가 초래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망신살! 야누스의 두 얼굴이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