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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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이 많은 가오리
모든 동물은 나름대로 적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 수단을 갖고 있는데, 가오리는 꼬리의 등 쪽에 날카로운 가시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자산어보」에 의하면 적이 침입해 오면 ‘꼬리를 회오리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같이 이리저리 움직여서 피해를 방어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가오리는 적의 공격에 지혜롭게 대처하지만 때로는 참으로 미련할 때가 있다. 가오리 낚시를 하면 암컷은 낚시미끼를 물고 수컷은 암컷의 등에 붙어서 교잡하다가 두 마리가 동시에 낚여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암컷은 먹는 것을 밝히다가 목숨을 잃고 수컷은 여색을 탐하다가 잡히는 경우다. 이 같은 현상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오리와 홍어는 같은 물고기인가? 일반적으로 같이 취급하지만 가오리는 입부분이 둥글거나 약간 모가 나 있는 반면, 홍어는 입부분이 뾰족하며, 굵은 꼬리 윗 부분에 2개의 지느러미와 가시가 2∼4줄이 늘어서 있다. 어느 것이나 가오리과에 속한다. 홍어는 전남 흑산도 근해에서 많이 어획되며, 전장 1m이상으로 대형이다. 홍어는 약간 상한 것을 먹어도 식중독에 잘 걸리지 않는 특성 때문에 발효시켜서 먹는 홍어가 탄생된 것이다. 전남 목포, 나주, 함평지방의 명물 중에 홍탁(洪濁)이라는 것이 홍어를 발효시킨 대표적인 식품이며, 홍(洪)은 홍어를, 탁(濁)은 탁주를 의미한다. 발효방법은 먼저 홍어를 적당한 크기로 토막내어 솔잎을 깐 단지에 넣어두면 보통은 7~8일, 여름에는 2~3일 만에 발효가 완료된다. 옛날에는 두엄과 같은 퇴비더미 속에서 발효시키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위생적인 문제 때문에 단지를 이용하는 발효법으로 개량된 것이다. 발효한 홍어는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를 즈음에 꺼내어 탁주 안주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여기에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를 얹어 먹기도 하는데 이를 ‘삼합(三合)’이라 한다. 막걸리를 곁들이면 삼합은 음식궁합이 딱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다. 왜냐하면 홍탁에는 암모니아가 매우 많으나 김치와 막걸리에는 적당량의 산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암모니아를 어느 정도 중화시키기 때문에 입안에서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더 유순해진다. 우리 조상들의 먹거리 문화에는 이러한 지혜가 숨 쉬고 있어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그런데 가오리에는 왜 그렇게 암모니아가 많이 생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가오리는 삼투압 조절을 위하여 근육이나 혈액 중에 요소(尿素)와 아민(TMAO, trimethylamine oxide)이라는 물질이 많은데, 사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요소는 암모니아로 분해되고, TMAO는 휘발성 물질인 TMA (trimethylamine)와 DMA(dimethylamine)라는 아민으로 분해된다. 결국 발효된 홍어는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한 여러 종류의 휘발성 물질이 한데 어우러져 강한 자극취를 내게 되는 것이다.

가오리의 주성분은 단백질 21.6%이고 열량은 가오리육 100g을 섭취할 경우 겨우 97칼로리에 불과하다. 가오리는 리신(lysine)을 비롯한 8종의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기능성 아미노산인 타우린도 약 364mg%로 어류 중에서는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다.

지방은 포화지방산에 대한 다가불포화 지방산의 조성비(1.48%)가 일본 후생성이 주장하는 건강기능성 지질의 조건에 해당되어 한마디로 지방산 조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성인병 예방이나 두뇌발달 등과 같은 생리적 기능을 갖는 다가불포화 지방산의 대표적인 성분인 DHA(docosahexaenoic acid)가 24.7%의 조성비로 함유되어 있어 이 물질에 의한 건강 기능성을 기대할 만하다. 한편 칼슘(227mg%)과 인(567mg%)의 함량이 많아 골격형성에 유익한데, 특히 가오리에는 칼슘의 흡수를 촉진시켜 뼈나 치아를 튼튼히 하고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콜라겐의 함량이 많다.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철(0.8mg%)과 성호르몬 생성과 관련이 있는 아연(0.44mg%)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함유되어 있다.

또 가오리에는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collagen)의 함량이 아주 많다. 이 물질은 피부 기능을 잘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어 피부세포의 노화를 억제시켜서 윤기 있는 살결을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혈관의 세포를 튼튼하게 하여 면역력을 높이고 체조직의 노화를 예방하기도 한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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