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54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54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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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1. 그의 몸이 비차다
조운의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마치 비척비척 굴러가는 비차 바퀴 같았다. 그의 팔은 헐거운 비차 날개 같았고, 단정하지 못한 그의 머리는 솜이 삐어져 나온 비차 머리 같았다. 그의 몸은 한마디로 형편없이 망가진 비차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지? 한동안 정신없이 걷던 조운은 주변을 둘러보곤 깜짝 놀랐다. 발길은 비차 제작장인 가마못 뒤편 분지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동네 바깥 쪽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내가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어디로 가겠다고. 조운은 실소하고 자조했다. 그가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 그곳에는 지금 시민이 지키고 있는 진주성이 있었다.

‘내가 완성된 비차를 타고 가야 마땅할 일이거늘, 아직 그것을 만들지도 못한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거기 갈 생각부터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 것은 또 그 노래였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했다.

‘내가 광녀 도원 처녀보다 훨씬 몬났다. 그녀는 비록 미친 여자지만 나보다도 먼저 진주성에서 날고 있는 비차를 얘기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사람들은 광녀가 해대는 그 소리를 듣고 더욱 더 그녀를 미친 여자로 여기게 되었지만, 만약 그들이 비차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그녀를 달리 볼 것이다.

아이들이 은행나무 밑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나 조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변함없이 대나무였다. 연(鳶)을 보고 착상을 얻었지만, 비차의 골격을 만드는 재료로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대나무 다음으로 마음에 두는 나무는, 당연히 비차의 바퀴로 달려고 하는 소나무와 참나무였다.

그런데 그 은행나무 밑을 막 떠나려던 조운은, 무심코 올려다본 은행나무 높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연 하나를 발견하고 그만 가슴팍이 찌르르 했다. 걸려버린 연.

‘누가 날리던 연일까? 저 연 주인 아이가 많이도 울었겠네.’

가는 대가지를 뼈대로 하여 종이를 바르고 실에 달아 공중에 날리는 장난감이지만, 짙푸른 하늘을 높이 나는 그 모습은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가 말이다. 한데, 어쩌다가 저렇게 가지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을까? 조운은 그 연을 통해 보았던 것이다. 비차라는 가지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 자신의 모습을. 갈가리 찢겨지고 함부로 떨어져 나간 그의 영혼을.

그때였다. 어떤 손이 그의 등을 탁 친 것은. 광녀였다. 조운이 둘님과 한 살림을 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멀리서 빙빙 맴돌기만 할 뿐 그렇게 근접하지는 않았었다. 조운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볼 생각 대신 그녀가 부르는 노랫소리만 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과 마음은 하늘을 나는 마법의 수레에 올라탄 사람처럼 허공을 향해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자신 또한 광녀를 따라 읊조리기 시작했다.

난다 난다 비, 비차

진주성에 가보자

비차 비차 비차다

진주성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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