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55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55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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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1. 그의 몸이 비차다
음력 10월 초였다. 왜군이 진주성 동쪽 24리 지점 소촌역까지 진출했다는 척후병의 급보가 날아들었다. 나중에 역참제가 폐지되면서 ‘문산’으로 개칭되는 소촌.

먼 훗날, 그곳 서북쪽 소문리 사들[沙坪]에 ‘혁신도시’라는 것이 건설되고, 그 도시의 상징이 되는 것이 바로 ‘김시민대교’이니, 정녕 역사는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며, 역사는 무정하지 않고 유정한 것이런가.

소촌역의 찰방을 지낸 김윤겸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비록 서얼 출신이었지만, 첩의 자식이 과거 응시 자격을 얻거나 관직에 임명되던 이른바 ‘서얼소통’과, 세도 높은 명문 집안 출신이라는 후광을 업고 등용되었던 것이다.

김윤겸은 또, 정선이 이룬 진경산수화풍을 이어받아 강희언, 김응환 등과 더불어 겸재파를 형성하여, 금강산, 단양, 한양 근교, 영남 지방 등 명승지를 돌아다니면서 진경산수 제작에 몰입하였고, 수묵과 담채의 가벼운 표현과 바위의 붓질을 중복하여 입체감을 가미시킨 표현은, 서구적인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상우감사 김성일은 첨사 조종도를 보내어 우도병사 최경회와 전라좌도, 우도 의병 및 여러 장수에게 구원병을 청했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였던 것이다.

경사(經史)에 밝고 해학을 즐겼던 조종도는 남명 조식의 문하생이었지만 퇴계 이황의 문인들인 유성룡, 김성일 등과 교유하고 있었다. 몇 해 전에 일어났던 정여립의 모반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었다가 풀려난 그였다. 22세 때 상사(上舍)에 올라 공천을 받아 처음 안기도 찰방에 제수되었는데, 그 당시 일본에서 온 현소(玄蘇)가 시로써 우리를 시험해 보고 건방을 떨면서 얕잡아보았지만, 조종도가 지은 것을 보면 반드시 재배(再拜)를 한 연후에야 읽었다고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한 번은 최영경과 더불어 감옥살이를 하였는데, 최영경은 옥졸을 상대할 때 마치 노비를 대하듯 호통을 쳤지만, 조종도는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태연하게 지냈다. 그리하여 옥중 사람들이 말하기를, ‘최영경은 호통을 치고 꾸짖지만 조종도가 농담하고 웃으며 지내어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 잊었다’고 할 정도였다. 최영경은 끝내 옥중에서 몸이 말라 죽었고 조종도는 풀려났지만, 최영경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눈물을 보이곤 했다.

왜군과의 피할 수 없는 대접전을 눈앞에 둔 진주성의 수성군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주목사 김시민의 군사 3천7백여 명, 곤양군수 이광악의 군사 1백여 명, ……. 성내 민간인은 노약자와 아녀자 등을 합쳐 수만 명에 이르렀다.

시민은 중위장으로서 이광악과 협력하여 군사를 지휘했다. 의병장 곽재우의 부장으로 동래전투에 종군한 이래로 곽재우와 호흡을 맞추어 늘 승리했기에, 곽재우와 더불어 양비장(兩飛將)이라 불리기도 한 이광악. 훗날, 전라도병마절도사가 되어 명나라 군대와 연합하여 금산, 함양 등지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특히 포로가 된 아군 100여 명을 되찾고 우마 60여 필을 노획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하는 장본인이다.

“이광악은 비범한 장수야. 반드시 큰일을 이루어낼 인물이지.”

이광악도 시민에게서 대장군의 기개와 면모를 발견했지만 시민 또한 이광악의 위인 됨을 알아보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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