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56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56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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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2. 신이 보낸 손님
이광악은 어릴 때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가 크고 낭랑하여 대인(大人)의 기량이 있었으며, 행동이 시원시원하여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은 인물이었다. 무예가 뛰어난 그가 긴 화살인 장전(長箭)과 아기살인 편전(片箭)을 쏘면 적군 서너 명이 쓰러져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그의 시조(始祖) 이집(李集)은 이색과 이숭인, 정몽주 등의 삼은(三隱)과 가까이 사귀었는데, 그 어미가 계성현 옥천사의 여종이었던 승려 신돈의 뜻을 거슬려 위기가 닥치자, 아버지를 업고 고개를 넘어 남쪽으로 가서 숨어 지내다가 신돈이 죽은 후 향리로 돌아와 살았다고 한다.

진주판관 성수경은 수성의 급소이자 적의 공세가 가장 치열할 동문 쪽을 맡기로 했다. 초유사 김성일에 의해 진주판관으로 발탁되어, 군무를 맡아 성벽을 개수하고 무기를 수선하는 등 전비를 갖춘 후 격문을 붙여 충의지사를 부르니, 피난을 갔던 백성들이 돌아와 군세를 회복시키는 데 공이 큰 그였다.

전 만호 최덕량은 수성대장으로서 영장 이눌과 함께 구북문을 담당했다. 낙의재 이눌. 그는 아버지 밑에서 공부를 시작했으나 과거 응시를 포기하고 유교 경전의 뜻을 탐구한 사람이었다. 또한, 동래가 무너졌다는 나쁜 소식을 접한 지 불과 나흘 만에, 거주지 경주에서‘천사장(天使將)’을 칭하면서 의병을 일으켰다. 왜적을 마귀와 그의 무리들로 치부한 것이리라. 어쨌든 그리하여 동령, 효령, 나아령 등을 지켰으며, 석읍동에 들어온 적을 물리치기도 하였다. 특히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는 왼팔에 적탄을 맞고도 승리를 이끌었다.

신라시대 김유신이 삼국통일 구상을 하면서 수행했다는 팔공산.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일전을 치렀던 팔공산. 본디 그 산은 ‘공산’이라고 불리었지만 무신 신숭겸 등 고려 개국 공신 여덟 명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 여덟 고을에 걸쳐 있어 팔공산, 혹은 불교의 팔간자(八簡子)와 관련 있어 팔공산, 그런 여러 설들이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율포권관 이찬종은 남문을 지켰고, 군관 윤사복, 함창현감 강덕룡은 서문을 지켰다.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대쪽 같은 이들이었다. 성문은 바람조차 쉽게 드나들 수 없어 보였다.

한편 성 밖에서 도와주기로 한 외원군(外援軍)은 이러했다. 동쪽은 삼가의병장 윤탁. 그는 의령 정암진 전투에 이어 개령, 금산, 지례 등지에 출몰하는 적을 치는 김면을 도와 분전했었다. 왜군 6부대를 이끄는 소조천륭경의 휘하 부하 안국사혜경을 맞아 의병 최초의 승리를 이루어낸 정암진 전투였다.

안코쿠지 에케이, 안국사혜경. 그자는 ‘본능사(本能寺)의 변’이 일어나기 10년 전부터 ‘노부나가의 시대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나중에는 운명이 바뀌어 히데요시가 천하를 거머쥘 것이다’라고 예언했다는 인물이다. 본능사의 변이 일어날 당시에는 승려의 신분으로 모리 가에 속했는데, 타카마츠 성에서 츄고쿠를 공격한 풍신수길을 맞이하여 모리 가와의 화의를 맺게 하는 일을 담당하고, 나중에 풍신수길 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 사실에 비춰볼 때 안국사혜경은 결코 예사로운 자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물을 건널 지점을 미리 정해서 정찰대를 보내어 나무 푯말로 표시를 해두고 공격을 개시하려 했으니 정암나루에는 물살도 숨을 죽일 듯한 살벌한 전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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