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새 역사 쓰고 사라진 할릴호지치 감독
알제리 새 역사 쓰고 사라진 할릴호지치 감독
  • 연합뉴스
  • 승인 201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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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전 독일에 1-2 패 이후 기자회견에 불참
▲골키퍼의 예술 알제리 골키퍼 라이스 엠볼히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독일의 강력한 슈팅을 다이빙 쳐내기로 멋지게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최고 전략가로 급부상한 바히드 할릴호지치(62) 감독이 알제리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뒤 홀연히 사라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알제리는 1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16강전에서 1-2로 패배했다.

이슬람의 성월 라마단을 맞아 단식에 들어간 알제리 선수들은 경기가 연장까지 이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알제리 선수들은 힘이 풀린 다리를 질질 끌고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까지 쏟으며 그라운드를 달렸다.

그런 투혼 앞에 우승후보 독일은 경기 내내 패배의 두려움으로 가슴을 졸이다가 겨우 8강 출전권을 따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돌며 분루를 쏟는 선수들을 일일이 품에 안고 위로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알제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자국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독일을 상대로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선전했으나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였으나 알제리축구협회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AP통신, AFP통신 등 현장 취재에 나선 매체들은 할릴호지치 감독의 기자회견 불참이 불투명한 거취와 무관하지 않다고 관측했다.

계약이 끝난 선수단을 바로 떠났다는 추측도 나왔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선수단, 협회와의 불화설, 언론과의 갈등과 더불어 이번 대회가 끝나고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 사령탑이었다.

그는 알제리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인사가 알제리의 조별리그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굴욕을 감내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사상 처음으로 알제리를 16강에 올린 긍지가 할릴호지치 감독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퇴색됐다”고 보도했다.

알제리 수비수 마지드 부게라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거취를 두고 소문이 많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그를 매우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게라는 “할릴호지치 감독은 아주 하찮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결국 오늘 우리 선수들은 모두 감독에게 입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유고슬라비아의 공격수 출신 지도자로 프랑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크로아티아 등지에서 클럽 감독을 맡았다.

그는 2008∼2010년까지 코트디부아르를 맡아 월드컵 예선을 통과했으나 본선을 4개월 앞두고 협회 내부 사정 때문에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1년 7월 1일부터 계약기간 3년에 알제리 지휘봉을 잡고 아프리카 예선 가시밭길, 본선 조별리그를 돌파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그와 알제리 언론의 좋지 않은 관계가 자주 화제가 되곤 했다.

그는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3년 동안 모두가 함께 피땀을 쏟아 만들어낸 팀을 제발 흔들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선발진 5명을 바꾸는 파격 전략으로 한국을 완파하고 나서 언론에 울분을 토했다.

그는 “언론이 허위보도로 대표팀을 음해하고 감독의 가족까지 비난했지만 알제리 국민은 대표팀을 사랑하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는 취재진 대표를 자처한 알제리 기자가 동료의 잘못을 대신 반성한다며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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