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59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59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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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2. 신이 보낸 손님
“예에? 기, 김제? 그 멀리서……?”

“어머? 전라도 분이 어떻게……?”

그러자 정평구라는 남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더 놀랄 소리를 했다.

“내가 충청도 노성 땅에 사는 윤달규라는 사람에게서 들으니…….”

충청도 노성 땅 윤달규. 그 이름이 흘러 나올 줄이야. 저 비행기구를 비차라고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해주고, 비차가 날게 하려면 그 배를 두드리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해준 장본인. 둘님은 그야말로 뜨거운 불에 덴 사람처럼 화들짝 놀랐고, 조운은 차마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온몸을 떨며,

“그, 그렇다면 혹시 댁도 비, 비차를……?”

정평구 또한 감개무량한 듯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가,

“형씨께서도 그곳까지 원행을 하셨다던데…….”

조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그의 눈빛은 쏘아본다기보다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같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좇다가 너무나 힘들고 지친 나머지 이제는 그만 주저앉고 싶거나 기대고 싶은 대상을 찾고자 하는. 오로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무서운 열망과 집착에 사로잡혀 거의 몸을 돌보지 않고 허위허위 달려온 사람이 바로 눈앞에 또 있는 것이다.

‘아, 지금 저 모습! 어쩌면 저렇게 나하고 똑같을 수가……?’

조운은 한 번 더 경악하며 크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그쪽 분도 윤달규라는 그 사람을 찾아가셨다는 얘긴데……?”

태양은 여전히 몇 조각 구름 사이를 드나들고 있었고, 지금 빛살은 능선에서 떠나 저만큼 공터의 땅바닥 위를 비추고 있었다.

“가서 만나기는 만났는데……, 솔직히 별 소득이…….”

“그러면 그쪽 분도……?”

조운은 온몸에서 기운이 쫙 빠져 나가는 느낌 속에 생각했다. 저 태양은 왜 내가 만들어놓은 비차를 비추어주지 않고 계속 저렇게 다른 것들에게만 빛을 내리고 있는가. 나의 비차에게는 영영 밝음을 주지 않으려는 것인가. 저 무정한 태양. 하늘에서 끌어 내릴 수만 있다면 끌어 내리고 싶어라.

“형씨도 겪어보셔서 잘 알겠지만, 그 사람은 끝까지 비차를 만드는 과정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소.”

“족히 그랬을 사람이지요.”

조운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동병상련의 심정이었다. 구름그림자가 정평구 얼굴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조운은 영채 나는 눈으로 이빨을 깨물면서 물었다.

“그런데 그가 정말 비차를 만들기는 만들었습니까?”

진작부터 알고 싶었던 일이었다. 정평구는 잠시 말이 없다가,

“그건 이 사람도 잘 모르겠소. 그냥 소문으로만 들었으니까.”

그러고 나서 정평구는 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듯 매우 긴장된 목소리로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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