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꽃피는 학교
사계절 꽃피는 학교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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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반성중학교장)
작년 봄에 모교를 방문한 졸업생으로부터 능소화 4그루를 기증 받아 정원 향나무 옆에 심었었다. 여름 중간까지 꽃이 피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였다. 계절이 돌아오자 능소화는 향나무 몸통을 타고 넝쿨 가지가 한참 뻗어나더니 줄기를 아래로 늘어뜨려 마치 하늘에서 밧줄이 내려오는 듯하였다. 마디마다 2~3개씩 옆 줄기가 나와 하늘 사다리의 발판으로 되어 간다. 다리 난간에 내달린 등인 듯 꽈리모양의 주머니가 생기고 끄트머리에 꽃잎이 다섯 갈래로 갈라져 미색인가 하면 연분홍 빛깔의 꽃이 피었다.

소설 ‘토지’에서 능소화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용이는 문득 옛날 최참판댁 담장을 생각한다. 치수도령에게 까닭 없이 매를 맞고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긴 담장 옆을 울면서 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능소화보다 짙은 하늘놀이 하늘과 강물을 미친 듯이 불태우던, 마치 엊그제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지난해 심었을 때는 뿌리를 제대로 내릴까. 꽃은 어떤 모양일까 하는 걱정과 기대 속에서 매일 관찰하였다. 올해는 제때 잎이 나고 꽃망울이 터지며 꽃이 되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매년 학생은 입학한다. 작년에도 1학년이 있었고 올해도 1학년은 있다. 내년에도 그 학년은 그대로이며 교실에는 그만한 학생들로 북적거릴 것이다. 그런데 선생의 눈에는 예년과 같은 학생으로 비쳐지는 것이 아닐까.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벚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다. 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 얼마나 많은 벚꽃들이 피는가.’ 작년에 피었던 벚꽃이 가지 속에 있다가 다시 가지 끝으로 나오는 듯하여 꺾어 보지만 없었다. 봄이 되어 꽃은 다시 피건만 그 벚꽃은 아니라는 것이다.

능소화 꽃은 작년과 차이가 없어 같은 꽃으로 볼 수 있겠지만 1년을 단위로 피는 꽃이라 매년 달라진다는 것이다. 학생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으로 인연이 있어 태어나는 것이다. 해마다 새로운 학생으로 입학하기에 나름대로 적합한 교수법의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학교는 의도적으로 교육자료를 모아놓고 보면서 깨치고 느끼면서 생각하게 하는 장소이다. 무엇보다 꽃을 보면서 의미 있게 접근할 수 있는 학습이야말로 자기 능동적 활동이 될 수 있다. 봄에는 매화 개나리 목련, 여름은 장미 능소화 무궁화, 가을에는 국화 코스모스, 그리고 겨울은 동백꽃 수선화 등으로 사계절 꽃피는 학교로 만들자.

꽃마다 지도교사를 두고 학생탐구동아리를 구성하여 꽃의 특성 및 소개되는 책을 모으고, 꽃말 및 얽힌 이야기 등을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탐구교재를 개발하고, 꽃피는 시기에 맞춰 발표를 하면 현장감 있는 독서활동이 될 뿐 아니라 사계절 꽃의 변화를 통하여 자기 성장을 알게 될 것이다. 실로 함께 배워 행복 가득한 학교를 만드는 시작이다.
 
안명영 (반성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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