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이라는 달콤한 이름
'임대업'이라는 달콤한 이름
  • 박성민
  • 승인 201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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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지난 8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임대업이 꿈인 나라’편이 화제다. 방송 직후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지금까지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돈을 주제로 중산층과 임대업의 현주소, 사교육 시장을 차례로 짚었다. 그 중 가장 반향이 큰 것은 임대업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가장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전문직도 고위 공직자도이 아닌 바로 부동산 임대업이다. 한창 대통령과 과학자, 운동선수를 꿈꿔야 할 아이들도 서슴없이 장래희망을 임대업자라고 답한다.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은 가장 높지만 임금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 청년 실업률은 높아가지만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고용시장, 명예퇴직 후에도 수백명의 자영업자들이 새로 쏟아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국민으로 하여금 임대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제대로 돈을 벌기가 어려운 사회구조가 임대업이라는 이상향을 만들었고, 실제로 돈 많은 빌딩 부자들은 거대한 부를 일궈냈다. 이와 반대로 건물 속의 직장인들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은 적은 연봉과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군분투 중이다. 자금을 보유한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 고위 공직자와 기업들은 모두 부동산 임대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효율적으로 임대업을 하기 위해 일반인들 역시 부동산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꼽히는 서울 ‘가로수길’은 당초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에 조그마한 가게들이 모여 시작한 공간이었다. 홍대 앞처럼 젊은이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모여 상권을 형성했던 자리는 대기업의 투자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프랜차이즈들의 천국이 됐다. 젊은 소규모 상인들 스스로 만들었던 ‘가로수길’ 문화는 대기업의 전쟁터로 돌변했다. 말로는 청년들에게 도전과 모험정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자본과 권력을 동원해 그들의 꿈을 빼앗은 모습이다.

한 부동산업자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임대업자들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저렇게 편안한 삶을 사는지….” 우리의 꿈과 현실이 모두 임대업이라는 달콤한 이름에 빠져버린 것은 아닌지 방송을 보는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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