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72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72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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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2. 외원군(外援軍)
 한 식경이 지나서야 왜군은 그 같잖은 소동을 멈추었다. 틀림없이 세력을 과시하고 전쟁공포증을 없애보려는 짓거리였다. 철환 쏘는 소리가 끝없이 어두운 밤을 찢어발겼다. 막사를 지은 곳에서는 사탄의 혓바닥같이 널름거리는 불길을 피워 올렸다. 혼란스럽게 오가는 그림자들이 악령의 미친 춤이나 거친 몸부림같이 보였다.

진주성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 외원군(外援軍) 활약상이 돋보인 것은 그즈음이었다. 왜군이 진격해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황급히 원군을 모집한 이가 바로 경상우감사 김성일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듣고 멀리 가까이서 숨 가쁘게 달려온 것은 대부분이 의병들이었다. 그들은 성 밖 사방에서 대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진주성 동쪽에 나타난 외원군은 홍의장군 곽재우가 보낸 용사 심대승이 이끌고 온 정예군 200여 명이었다. 훈련원판관과 군자감정 등을 지낸 심대승은, 전쟁이 일어나자 곽재우와 박필 등 의령 고을 장사들과 친족, 하인들을 모아 의병의 깃발을 치켜든 장수였다. 10월 초순의 쌀쌀한 날씨 속에 그들은 비봉산의 한 자락인 향교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수성군과 왜군 진지에서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내일 아침 의령의 홍의장군과 전라도 원병 만여 명이 여기로 와서 힘을 합쳐 왜적의 무리를 섬멸할 것이다!”

그러면서 원군은 핏빛을 연상시키는 횃불을 켜들고 뿔피리를 불고 북을 치고 적진을 겨냥해 포(砲)를 쏘았다. 그러자 성 안에서도 큰소리로 호응하였다.

“우리도 뿔피리를 불고 북을 치고 종을 쳐라!”

그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저 연지사종이었다. 그 천년의 범종이 뿔피리며 북과 더불어 내는 우렁찬 소리는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너무나 놀라고 당황한 왜적은 산으로 도망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비록 말티고개에서 이기기는 하였지만, 삼가 의병장 윤탁과 초계 가장(假將) 정언충이 통솔하는 조선군 3백여 명에게서 이미 혼겁을 했던 왜군이었다.

성 남쪽 방면에서 구원한 것은 진주 복병장 정유경과 고성 가현령 조응도 부대였다. 그들은 밤이 이슥해지자 군세를 떨쳐보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십자횃불을 밝혀 들고 남강 저편 진현(진치령)에 나타나서 뿔피리를 불어대기 시작했다.

사기가 오른 수성군은 또 연지사종을 울렸다. 그러자 연지사종에 새겨져 있는 비천상이 구름 위에 앉아 켜는 장고소리도 덩달아 나는 듯했다. 한참이나 허둥대던 왜군은 간신히 막사에 불을 켜고 강변으로 복병을 보내었다.

고성 의병장 최강과 이달의 활약상도 눈부셨다. 달도 숨어버린 컴컴한 밤중에 최강은 군사들 한 사람마다에게 너더댓 개의 횃불을 켜들고 고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망진산에 오르게 하였다. 그런 후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면서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게 하니 온 산골짜기에 진동하는 그 소리에 왜군은 몸을 떨었다.

이달 또한 용사다웠다. 그는 망진산 아래 섭천리 두골라평에 진을 쳤다. 그러고는 치고 빠지는 전술로 왜적 무리를 혼란스럽게 하니 조선 의병 손에 죽은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왜군이 성에서 후퇴할 때는 반성까지 뒤쫓아가서 스무 개도 넘는 적의 목을 거두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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