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눈 밑 주름
돌아온 눈 밑 주름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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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요즘 텔레비전을 통해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자주 보게 된다. 그 얼굴에서 낯익은, 그러나 텔레비전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눈 밑 주름을 발견하고는 나이든 여성의 얼굴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들면 눈 밑 주름은 당연한 현상이고, 나를 포함하여 주변의 여성에게서는 거의 대부분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얼굴에서는, 그가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간에 눈 밑 주름 현상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박영선 원내대표의 얼굴을 보고 눈 밑 주름의 존재를 새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아! 그래, 저 나이의 얼굴은 저래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그의 얼굴이 오히려 신선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눈 밑 주름이 없는 매끈한 얼굴을 보여주었던 여성들은 타고난 미모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의 예쁘고 매끄러운 얼굴은 성형외과나 피부과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성형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성형이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나이가 많든 적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외모에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형은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인식되었었고, 그 대부분은 쌍꺼풀이나 코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늙으면서 당연히 일어나는 변화를 겪는 나이든 여성, 심지어는 남성들조차도 성형을 쉽게 하고, 성형의 종류도 우리로서는 다 알아 듣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연예인들에게는 성형이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일반 시민들도 성형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게다가 넘쳐나는 화장품들은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발라야 하는 것인지를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미디어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 자체가 사람들을 다이어트 시키는 경우도 있다. 길거리에서는 몇 집 건너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들어간 간판을 목격하게 되고 날씬하고 얼굴이 예쁜 연예인이 광고하는 화장품이나 의류 광고판이 우리의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이면 적어도 한두 번은 ‘살’이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떠올린다.

언제부터 이렇게 이러한 외모에 대해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지금 외모에 대한 각종 담론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 또한 그 담론을 확산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데에는 물론 우리의 삶을 거의 지배하고 있는 미디어의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모든 탓을 미디어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외모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내면이 그만큼 허약해졌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소통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것이 외모 관리와 외모 꾸미기로 나타나고 있고, 마음과 마음의 연결의 부족함을 외모를 통해서라도 구현해 보려는 노력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이 미디어나 외모관리 산업의 속삭임과 결합하여 우리 모두가 외모에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독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진 화장품이나 성형에 대한 관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자문해 보고 자신의 허약함을 채울 방법과 관계의 소통과 배려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미디어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전하는 외모관리에 대한 요구를 따져보고 그에 맞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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