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국가산단과 진주성 비차
항공산업 국가산단과 진주성 비차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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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경남소설가협회 고문)
경남의 화두인 항공산업 국가산단의 진주·사천지역 지정을 위한 당위성 내지는 공감대 형성에 이런 역사적 기록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진왜란 당시 영남의 어느 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했을 때, 거기 성주와 친분이 두텁던 어떤 사람이 나는 수레,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 안으로 날아 들어가 성주를 태우고 30리 밖에 이름으로써 인명을 구했다’는 우리나라의 기록과 일본의 ‘왜사기(倭史記)’에 나오는 ‘전라도 김제에 사는 정평구가 비차를 발명하여 1592년 10월 진주성전투에서 이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임진왜란과 진주성 그리고 비차(혹은 비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가 1903년 12월에 띄웠다는 플라이어호로 알려져 있는 바, 임진년인 1592년에 비차가 만들어졌다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도 무려 311년이나 더 앞서 우리나라에 비행기구가 있었다는 놀라운 얘기가 된다.

다음으로, 조선시대 진주와 사천의 지정학적 위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주목(牧) 사천현(縣), 따라서 그때 진주는 오늘날의 진주와 사천, 하동, 남해, 삼가, 의령, 단성, 거창 등등까지를 관할지역에 두었던 것이고, 그렇다면 진주성이 상징하고 차지하는 영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넓어지게 된다. 그 산단을 우리 지역에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이 시점에서 그런 발전사를 참고 삼아, 경남도청을 비롯한 각 지자체는 ‘풍선효과’가 아닌 ‘나비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상생할 길을 모색해 보았으면 하는 것은 단지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현재 본보에 연재중인 ‘진주성 비차’의 제목에 대해 이런 질문을 해온 독자가 있다. 왜 그냥 비차라고 하지 않고 ‘진주성 비차’라고 했는가. 기실 비차를 다룬 그림이나 시, 그 제작과정을 설명한 책자 하나 전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단편적인 기록이나마 비차가 등장하는 장소는 유일하게 진주성뿐이니, 결국 비차와 진주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인 만큼, 비차를 이야기하자면 진주성이 있지 않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답변이었다.

거칠게 요약부터 하자면, 이 고장에서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초의 항공기구가 날았으니, 너무나 아쉽게도 오직 그것 한 번만으로 끝나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실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되살리지 않으면 안 될 소명까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소설 같은 소리지만, 그 산단이 우리 지역에 유치되고 세계인들에게 세계 최초의 비행기가 날았던 곳이라는 인식만 제대로 심어간다면, 진주와 사천은 지구상의 그 어떤 도시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항공산업도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고, 아울러 폭발적인 관광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여 국내 관람객뿐만 아니라 엄청난 외화획득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동안 필자가 직접 얼굴을 대하거나 지면 등을 통해 만나본 지역 사람들은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의 진주·사천지역 지정에 대한 공감대에는 깊이 접근해 있다는 확신이 섰다. 저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보다도 더 크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여기 이 고장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게 하였던 비차의 감동과 위대함이 인간 비행(飛行)의 빛나는 족적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이 지역에 항공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쩌면 권리이자 의무이다.

모쪼록 임진년 그날의 민·관·군처럼, 진주·사천지역이 21세기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게 할 역량과 소신을 갖춘 ‘행동하는’ 주인공들로 구성된 ‘제2의 민·관·군’을 기대해보고 싶다. 문득, 진주성과 사천성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저 비차의 날개처럼.

 

김동민 (경남소설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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