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진 기자
육군 모 부대 의무대에서 발생한 사고는 참으로 끔찍하고 경악스럽다. 신병이 전입해 일병을 달기까지 수개월간 이뤄진 조직적인 구타와 괴롭힘은 결국 해당 병사가 사망하는 것으로 귀결이 되고 말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지만, 폐쇄적인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일련의 사고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2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최전방 부대의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고 또한 드러나지 않는 군의 각종 사고를 포함하면 대한민국 군대는 강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방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군의 이미지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병사들 사이의 무시, 따돌림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 사회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도 있다. 이를 경험한 젊은 세대가 군에 입대해 집단 따돌림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집단 따돌림(왕따)’, ‘집단 괴롭힘’ 등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무시와 집단 따돌림에서 시작한 것이 가학적으로 괴롭히는 집단 괴롭힘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피해 당사자의 자살, 가해학생의 구속, 피해학생의 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폐쇄적인 집단인 군대에서 사병들을 관리하고 병영생활의 책임을 져야 하는 간부들이 이 문제를 방치하면 일련의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병영관리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한 사건·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이 오매불망 무사제대를 기원하는 곳으로 변질돼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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