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다 잊는다
우리는 결국 다 잊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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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이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결국 잊는다. 대부분 자신이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은 빠르게 기억 속에서 지운다. 만약 불리한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그 기록을 지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모두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원하지 않는다.

홉스는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그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이기적이라는 것이 악이라면, 인간은 결코 선한 존재가 아니다. 함께 살기 위해 선해지게끔 학습되는 것이지 결코 본성이 선한 존재는 아니다. 사람들은 이를 알고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때로는 비겁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세월호’,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 참사를 조금씩 잊어 간다. 세월호로 인해 조금은 고쳐질 줄 알았던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를 얘기하는 것이 지겹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호 사고가 온몸으로 얘기해주는 어른들의 잘못을 이젠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만이 화를 내고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걷기 바쁘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잠시뿐이다.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들이 터지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늘 불안에 떨며 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는데 결국 국민들은 언젠가 이러했다는 것을 다 잊는다. 과거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는 나조차도 잊는다. 세월호의 아픔,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태도, 정치인들의 막말 등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잊는다. 그런 것들을 잊고서 매번 실수를 거듭한다. 그러고선 후회하고 욕을 한다. 여전히 국민들은 정부가 이제까지 보여준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 짧게 보여주는 행동들로 파악하고 우리의 소중한 투표권을 사용한다. ‘한번만 더 믿자, 우리가 아니면 누가 믿나, 미우나 고우나 우리 정부’라고 외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우리는 모든 부정에 눈감게 된다. 다 잘하고 있는데 왜 시비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분명 이 사회는 잘못되었다.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은 영구 미제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로 인한 실수다. 이미 유병언의 시신이 나왔을 때 국민들 대다수는 가짜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음모론 또한 끊이지 않았다. 유병언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 세월호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찍었다.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취업 걱정을 늘 하며 살고 있으니 근본적인 문제들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고 있다. 취업하기 바쁜데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 빠르게 잊는다. 우리들이 이렇게 젊음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이 그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서현 (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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