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명영 (반성중학교 교장)
한 달여에 걸쳐 새벽잠을 설치게 하였던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이 끝났다. 독일이 우승했고 스페인은 예선에서 탈락했으며 브라질은 4강전에서 독일에게 대패했다. FIFA 월드컵 역대전적 서열 1위로 자국의 운동장에서 순간 두 골을 먹자 오른손 엄지로 안경을 밀어올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는 어린이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관중은 눈앞의 현실을 믿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어쩌랴 공은 둥근 것을.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종전에는 프리킥에 심판이 수비수 위치를 지정해주면 수비벽을 야금야금 앞으로 옮긴다. 공격 쪽은 어떤가. 프리킥 지점에 공을 놓아주면 키커는 습관적으로 공을 들었다가 아주 조금이라도 옮겨 놓는다. 수비수와 키커는 최대한 앞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심판은 제자리를 반복 지정하는 신경전은 계속되고 경기는 지연되며 관중은 피곤하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프리킥이 선언되자 심판이 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꺼내어 수비벽과 공의 위치를 표시하였다. 눈에 보이게 하였더니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정정할 용어 사용도 있었다. 중계 아나운서 멘트의 한 구절이다. 공이 골대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극적인 장면을 흥분된 목소리로 “공이 골대에 맞고 ‘굴절’되어 골인되었습니다”라고 ‘굴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기는 축구는 최대한 과학적 원리를 적용한다. 공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고 곡선운동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바나나 같은 궤적을 그릴 수 있을까. 답은 공에 스핀을 거는 것이다. 회전하면서 날아가면 공 주변 공기흐름의 정도가 달라져 기압의 차이가 생기는데 자연의 성질은 기압의 평형을 이루려 한다. 즉 공기의 흐름이 느린 쪽에서 빠른 쪽으로 힘이 발생하여 굽어지는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수백명을 태운 비행기가 뜨는 원리와 같다. 비행기 날개의 구조에서 위쪽이 아래쪽보다 공기흐름이 빨라져 뜨는 힘이 생긴다.

굴절이란 광파, 음파, 수파 등이 다른 매질로 들어갈 때 방향이 바뀌는 현상이며, 반사는 파동이 다른 물체의 경계면에서 부딪혀 되돌아 나오는 것이다. 공기 중의 빛이 물속으로 진행하면 파장이 짧아져 속도가 줄어 방향이 꺾임은 굴절이고, 거울에 입사각과 같은 각도로 공기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반사이다.

‘공을 찬다’는 공기 속에서 사람이 공을 찬다는 말의 생략형이다. 공기 속에서 공이 골대에 맞으면 튕겨 나오거나 골인 또는 골문 밖으로 나가게 된다. 공이 골대에 맞고 골대의 철제 속으로 들어가는 현상은 일어날 수 없어 골대를 맞고 공기 속으로 되돌아 나가므로 반사다. “골대를 맞고 ‘굴절’되었다”를 ‘반사되었다’ 또는 ‘튕겨나갔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연속골에 울던 브라질 어린이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독일을 원수 나라로 각인되지 않았을까. 축구는 골을 많이 넣는 경기이며 전쟁이 아니다. 승패를 인정하는 스포츠 정신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겠다. TV는 많은 학생이 보고 있어 바른 용어를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안명영 (반성중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