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5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5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장. 1.추진장치를 달아라
“그 아래쪽에 뚫려 있는 구멍을 열면, 압축공기가 밑으로 뿜어져 나오는 데는 별 이상이 없겠지요?”

“압축공기? 그렇소. 그것도 아주 중요한 거지요.”

얼굴 가득 싱싱하면서도 아직은 서늘한 느낌으로 와 닿는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정평구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보오.”

조운이 조금이나마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다만…….”

정평구는 빛이 들어가 약간 갈색을 띠고 있는 조운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반작용과 함께 공기 방석작용으로 이륙할 수 있는 힘, 그 힘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만큼 생길 수 있을까 하는 게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오.”

조운 귀에는 하나같이 낯선 소리들이었다. 반작용이니 공기 방석작용이니 하는 말들은 마치 먼 외계인들이 쓰는 용어같이 느껴졌다. 아니, 정평구가 같은 지구인이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날아온 생명체처럼 비쳤다.

“물론 하늘을 날다가 나중에 착륙하는 것도 이륙 못지않게 신경 쓸 일이지만 말이오. 아니, 어쩌면 이륙보다도 착륙하는 순간이 더 힘들고 위험할 수도 있소.”

“정말 여러 가지로 어렵군요. 시간이 없는데…….”

조운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저 남쪽 방향의 성을 향했다. 지금쯤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왜군이 쏘는 조총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군사를 격려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그 속에 섞인 듯했다.

‘제발 비차가 완성될 때까지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때 정평구의 이런 놀라운 말이 들려왔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시간이 필요 없는 순간이 왔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조운은 자신도 모르게 비차에서 벌떡 몸을 일으킬 것같이 하며,

“예? 그럼 드, 드디어……?”

정평구가 팔을 뻗어 조운의 어깨 위에 손을 얹으며,

“강형,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소. 이 정평구도 그렇고.”

조운은 숨이 막혀 말이 잘 되지를 않았다. 정평구는 절대 일이 성사되기 전에 앞서 이야기하거나 헛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조운 자신도 이제는 거의 완성단계에 왔으니 한 번 시도해 볼 수는 있겠구나 하는 기대는 걸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정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그렇다면 틀림없는 것이다. 얼마나 이런 순간이 오기를……. 눈을 감고 하늘에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조운에게 정평구는,

“그러고 보니 우리 두 사람, 충분히 이 세상에 태어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 아니오? 하하.”

그것은 비록 겸손의 말로라도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그랬다. 조운은 그 말을 듣자 지금까지 고생해 왔던 일들이 아직도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같이 되살아나면서 일시에 피로감이 밀려들었다. 비차 제작에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특히 그들을 괴롭힌 것은 지금 살펴보고 있는 비차의 추진장치였다. 그런데 마침내, 마침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