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6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6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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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2. 대장간을 찾아서
‘지금은 그곳도 왜놈들이 설치고 있겠지.’

조운의 눈앞에 옥봉리 말티고개 근처에 있는 대장간이 나타나 보였다. 그날, 정평구와 그는 그 앞에 서서 대장장이들이 풀무질을 하고 있는 광경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불꽃 모자를 쓰고 배까지 드러난 웃옷 그리고 잘라먹은 옷소매가 우습기도 하고 안돼 보이기도 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쇳덩이를 내리치는 사람은 아예 웃통을 벗어제쳤다.

“비차의 배를 두드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에다 새로운 것을 달아야만 하오. 바로 추진장치 말이오.”

“또 새로운 것, 추진장치…….”

정평구에게서 처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조운은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정평구 입에서 불쑥 나온 소리가, 이 고을에서 제일 큰 대장간이 어디냐는 것이었고, 그래 조운은 그를 데리고 자신이 가장 큰 대장간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에 왔던 것이다.

“저것을 잘 봐 두시오, 강형.”

정평구는 거기 풀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법이 숨겨져 있소.”

“예? 풀무에……?”

조운은 갈수록 그야말로 ‘여우가 두레박 쓰고 삼밭에 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 흔하게 볼 수 있는 풀무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니? 하지만 갈팡질팡 헤매는 마음을 추스르며 그가 시키는 대로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쇠를 달구거나 녹이기 위해 화덕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그것은 상자 모양이었는데, 잘 살펴보니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기구는 아니었다. 네모난 통에 한 쪽은 가죽으로 막은 손잡이와 공기흡입구를 두고, 다른 한 쪽은 풍로를 끼워 화덕의 밑부분과 연결했다. 화덕 가운데에는 흑연으로 만든 도가니가 놓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풀무라는 것을 너무 간단하고 별 가치 없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조운 귀에 정평구 말이 들려왔다.

“우리 전라도에서는 저것을 ‘불메’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불메. 잘 어울리는 이름 같기도 했다.

“아주 예전에는 좁고 긴 관을 통해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도록 만들어져 있었다고 하오. 그것이 지금은 저런 모습으로 발전했지만…….”

“대단히 큰 발전이군요.”

정평구는 풀무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모양이었다. 그는 눈은 끊임없이 건장한 사내들의 풀무질을 지켜보면서도, 입으로는 쉬지 않고 이런저런 설명들을 덧붙여주기에 바빴다.

“우리가 보다시피, 지금 저 풀무는 발로 밟아서 바람을 내는 발풀무지만, 손잡이를 밀고 당기는 손풀무도 있소.”

“풀무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인간도 마찬가지요. 왜놈들 같은 종족이 있는 걸 보면…….”

정평구는 말티고개 위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구름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 나서 조운이 신기해할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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