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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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2. 대장간을 찾아서
“손풀무는 발풀무보다 크기가 작아 소규모 대장간이나 금속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주로 사용하지요.”

그러면서, 이 대장간은 커서 쟁기도 만들 만한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더 큰 대장간에서는 장정 16명과 너울꾼 8명씩 짝을 지어 선거리와 후거리로 교대작업을 밤낮으로 한다는 것이다.

“너울꾼이라면……?”

조운의 의문을 정평구가 풀어주었다.

“잡역부라고 할 수 있소.”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에 종사하는 인부…….”

“그렇소. 일이 진행되는 기간에만 고용하지요.”

“그러면 다른 때는요?”

“보통 땐 그 동네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데, 떠돌아다니는 유민들 중에도 너울꾼이 많아요.”

그러고는 거기 작업 중인 사람들을 일일이 눈으로 가리켜 보이며 정평구는 계속 들려주었다.

“집게로 시뻘건 쇳덩이를 잡고 있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 보이지요?”

“아,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그가 대장이오.”

조운 머리에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김시민 목사였다. 수성장으로서 장졸들을 거느리고 성을 지켜야 하는 최고 책임자.

“그리고 큰메로 내리치는 저 사람을 야장(冶匠), 대장 뒤로 보이는 어린 풀무꾼 녀석은 하품을 하고 있군요.”

정평구는 혹시 예전에 대장간에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것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것 같았다. 그러자 조운은 또다시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여러 날 동안 비차에 달라붙어 둘이 공동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전라도 김제 출신이란 사실 말고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대장이 되기가 어려운가요?”

조운은 어쩐지 그 어린 사내 녀석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물었다. 그 아이에게서 어릴 적부터 오로지 비차 제작 하나에만 운명적으로 매달렸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지 조금은 짐작이 가는구나. 부모님과 둘님이 나로 인해 겪어야 했을 고통과 번민을 생각하니 내가 참으로 죄가 많다.’

그러자 아직 한창 뛰어놀 나이에 네 운명도 애처롭고 더럽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정평구는 그런 감상적인 쪽보다는 인간들의 냉정한 승부세계를 떠올린 듯했다.

“어렵고말고요. 저 세계에서는 최고의 자리니까. 불다루기 10년, 메질 10년, 거기에다 뜨거운 불길에 살을 익히고 뼈를 태우는 지독한 담금질의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한 것이오.”

조운은 내가 지금까지 비차에 쏟았던 세월이 얼마나 되며, 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대장장이들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던가를 되짚어보며,

“그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을…….”

하다가 전율을 느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나 보이는 것은 거기 대장간 불길 같은 화염에 휩싸여 미완성의 비차와 함께 재로 화해 가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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