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삶
화해의 삶
  • 곽동민
  • 승인 201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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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기자
“여기 모인 여러분은 겉은 번지르르한 대리석 묘지와 같다. 겉은 하얗고 반짝거리지만 속은 썩고 있는 시체와 같다.”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느 날 이탈리아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새벽에 불러놓고 그들에게 전한 비수같은 한마디다.

왜 이 말을 듣고 당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떠올랐을까. 정치인만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톨릭 신자로서 뜨끔할 수밖에 없는 일갈이었다.

교황은 또 이런 말도 했다. “사제에게서는 양의 냄새가 나야 한다”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사제를 양치는 목동에 비유한 것이다. 목동은 늘 양과 함께 있음으로 양 냄새가 밴다. 사제 역시 늘 약하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 그들의 냄새가 배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남에게 보여지는 겉의 치장에만 몰두해 정작 내면을 가꾸는데는 홀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을 갈라 다른 이들을 공격하고 등을 돌리진 않았는지 되뇌어봐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혈기 왕성한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들어간 군대에서 한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총으로 쏴 다른 인간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줄 모르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차가운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났다. 생각의 차이와 입장의 다름을 해소하지 못하고 원망과 분노를 남긴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으며, 전쟁의 아픔과 살아남은 할머니들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저마다 생각과 지향점이 다르다. 이러한 인간이 한데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곳에는 불신이나 반목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신과 반목을 풀 수 있는 힘 역시 인간이 가지고 있다. 인간은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화해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더 나아가 화해를 통해 화합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가톨릭 미사 중에는 큰소리로 자신의 가슴을 치며 하는 고백의 기도가 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오늘 한번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며 고백의 기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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