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2. 대장간을 찾아서
잠시 후 대장간 사람들이 이번에는 널빤지의 두 끝을 두 발로 번갈아가며 디뎌대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직사각형의 굴을 파서 중간에 굴대를 가로 박고 그 위에 걸쳐놓은 널빤지였다.
“저렇게 하면 바람이 일어나는가요?”
조운이 또 묻자, 고개를 갸웃하며 뭔가 고민하는 모습이던 정평구 답변이 이랬다.
“그렇소. 그런데 방금 내 계획이 좀 바뀌었소.”
조운은 예상치 못했던 정평구 그 말에,
“예? 계획이…….”
그만큼 또 시간이 지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솟았다. 정말이지 더 늦어지면 안 되는데, 지금 당장 완성시킨다 해도 빠른 게 아닌데. 어쨌거나 정평구는 조심스러워하는 빛으로,
“물론 강형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말이오.”
대장간 불꽃만큼이나 활활 타오르는 정평구의 눈빛이었다.
“애당초 여기 올 때만 해도 발풀무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손풀무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나을 듯하오.”
“발풀무가 아니고 손풀무를…….”
풀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일이라면 크게 지연될 것 같지는 않구나 싶어 조운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것은 어떻게 조작하는 것인데요?”
정평구는 그곳 메질꾼처럼 어금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뭐 기본원리는 별 차이가 없는데…….”
조운은 또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느낌이었다. 정평구가 구사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생경하고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이었다. 조운은 자꾸만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어지는 정평구 설명에 잔뜩 귀를 기울였다.
“풀무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공기가 흡입구를 통해 들어가고, 손잡이를 밀게 되면 가죽막이에 의해 압축된 공기가 풍로를 따라 화덕으로 들어가지요.”
“흡입구와 풍로를…….”
직사각형의 굴 중간에 가로 박은 굴대 위에 걸쳐놓은 널빤지는, 대장간 사람들이 두 발로 디뎌댈 때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슨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작업을 되풀이하여 화덕의 불 온도를 조절하게 되는 것이오.”
조운은 다시 한 번 정평구의 신분에 생각이 미쳤다. 도무지 그의 정확한 정체를 짚어내기가 어려웠다. 어찌 보면 장인바치 출신 같고, 또 달리 보면 과거시험 보기를 포기한 선비 같고, 아니면 아예 과거를 볼 수 없는, 역적으로 몰려 몰락해버린 양반 가문의 후예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농사를 짓던 사람은 아닌 게 확실했다.
조운의 마음이 말티고개 대장간에서 다시 거기 분지로 돌아온 것은, 그때 들려온 정평구의 이런 말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혼자 골똘히 하고 있는 게요?”
“예? 아, 예. 아무것도…….”
“말해 보시오. 무슨 이야기라도 상관없으니…….”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운은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렇게 하면 바람이 일어나는가요?”
조운이 또 묻자, 고개를 갸웃하며 뭔가 고민하는 모습이던 정평구 답변이 이랬다.
“그렇소. 그런데 방금 내 계획이 좀 바뀌었소.”
조운은 예상치 못했던 정평구 그 말에,
“예? 계획이…….”
그만큼 또 시간이 지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솟았다. 정말이지 더 늦어지면 안 되는데, 지금 당장 완성시킨다 해도 빠른 게 아닌데. 어쨌거나 정평구는 조심스러워하는 빛으로,
“물론 강형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말이오.”
대장간 불꽃만큼이나 활활 타오르는 정평구의 눈빛이었다.
“애당초 여기 올 때만 해도 발풀무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손풀무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나을 듯하오.”
“발풀무가 아니고 손풀무를…….”
풀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일이라면 크게 지연될 것 같지는 않구나 싶어 조운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것은 어떻게 조작하는 것인데요?”
정평구는 그곳 메질꾼처럼 어금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뭐 기본원리는 별 차이가 없는데…….”
조운은 또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느낌이었다. 정평구가 구사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생경하고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이었다. 조운은 자꾸만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어지는 정평구 설명에 잔뜩 귀를 기울였다.
“풀무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공기가 흡입구를 통해 들어가고, 손잡이를 밀게 되면 가죽막이에 의해 압축된 공기가 풍로를 따라 화덕으로 들어가지요.”
“흡입구와 풍로를…….”
직사각형의 굴 중간에 가로 박은 굴대 위에 걸쳐놓은 널빤지는, 대장간 사람들이 두 발로 디뎌댈 때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슨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작업을 되풀이하여 화덕의 불 온도를 조절하게 되는 것이오.”
조운은 다시 한 번 정평구의 신분에 생각이 미쳤다. 도무지 그의 정확한 정체를 짚어내기가 어려웠다. 어찌 보면 장인바치 출신 같고, 또 달리 보면 과거시험 보기를 포기한 선비 같고, 아니면 아예 과거를 볼 수 없는, 역적으로 몰려 몰락해버린 양반 가문의 후예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농사를 짓던 사람은 아닌 게 확실했다.
조운의 마음이 말티고개 대장간에서 다시 거기 분지로 돌아온 것은, 그때 들려온 정평구의 이런 말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혼자 골똘히 하고 있는 게요?”
“예? 아, 예. 아무것도…….”
“말해 보시오. 무슨 이야기라도 상관없으니…….”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운은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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