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궁과 인월
달궁과 인월
  • 최창민
  • 승인 201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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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지리산 둘레길 최북단 인월∼금계구간을 돌았다. 전북 남원에서 등구재를 넘으면 경남 땅에 닿는다. 남원 산내와 인월에 달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산내면의 ‘달궁’은 ‘달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은 심한시대에 국경을 사이에 두고 피터지게 싸우던 곳이다.

▶고조선 말 삼한시대에 진한왕이 마한군의 세력에 밀려 이곳까지 쫓겨왔다. 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는 낙망하지 않았다. 자리를 잡은 터가 지리적으로 심산유곡에 천연 요새나 다름없었다. 왕은 문무백관과 궁녀들을 잘 다스려 궁을 건축하고 전력을 재정비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꿨다. 왕궁의 이름이 달궁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궁전터로 보이는 주춧돌이 일렬로 배치돼 있다. 사실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달궁 하면 스러져가는 망국의 터로 느껴지는가 하면, 한편으론 지리산의 아늑한 이상향 같은 느낌이 든다.

▶인근에 있는 ‘인월’은 한자 ‘끌인(引)’자에 ‘달월(月)’자를 쓴다. 달을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이 역시 전쟁과 관련 있다. 이성계가 흔한 장수로 있던 시절 고려 말(우왕 6년)황산대첩을 승리로 이끈다.

왜장 아지발도가 황산으로 쳐들어오자 이성계가 맞선다. 그런데 군사가 어두운 밤이 돼도 오지 않았다. 피아 식별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이성계가 신통력을 발휘한다. 하늘을 향해 “밝은 달을 뜨게 해주소서” 순간, 둥근달이 떠올라 대지는 밝아졌고 적군의 동태가 파악되자 이성계군은 화살로 왜장 아지발도의 목을 날린다. 이성계가 ‘달을 끌어온 곳’, 인월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가다보면 의미 있는 지명들이 많다. 허투루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이다. 달궁은 이상향, 인월은 승리한 전쟁을 의미한다.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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