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9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9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장. 2. 대장간을 찾아서
“솔직히 비차의 추진장치에 대해서는 저는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습니다.”

“나도 똑같았소.”

조운은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상대방 기분에 맞춰가며 듣기 좋은 소리만 할 계제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그것이 풀무의 원리를 이용해 비차를 날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추진력을 내게 할 수 있을는지 여전히 의문이고요.”

“만사 신중한 게 좋지요.”

조운은 더는 발을 내디딜 데가 없는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하지만 저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든다는 건 현재로선 어렵다고 봅니다.”

정평구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요. 미흡한 게 많지만 달리 방도가 없으니 어쩌겠소?”

두 사람 눈이 마주쳤다.

“여하간 저 추진장치를 가지고 해볼밖에.”

“안 되면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해봅시다!”

어쨌든 불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제구로서 풀무를 사용하듯이, 공기를 일으켜 비차를 날 수 있게 하는 데는 그보다 좋은 게 없다는 생각에는 그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는 조바심과 우려를 조운은 갖고 있었다.

“이 풀무장치뿐만 아니라 비차의 양쪽 날개를 움직여 풍력을 얻고, 거기에다 자연 바람까지 이용하면 더 확실한 추진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역시 강형은 대단하오. 그런 발상까지 해내다니…….”

자연 바람도 호응이라도 하듯 삼면의 능선으로부터 동시에 불어왔다. 비차도 풍력을 얻기 위해 두 날개를 움직이는 것같이 보였다.

“그렇게 되면…….”

정평구는 기대에 넘치는 얼굴로,

“저 풀무장치의 모자라는 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 같소.”

동네 쪽에서는 개 짖는 소리도 닭 울음소리도 그밖의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간에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은 모조리 피신하고 없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건 맞지요?”

문득 정평구가 물었다. 조운이 곧 대답했다.

“예, 여기 비차가 있으니까요.”

“비차가 있으니 우리가 살아 있다…….”

조운의 말을 되뇌는 정평구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조운은 남동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전쟁 때문에 그 대장간이 문을 닫지만 않았다면, 한 번 더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나도 거기 뜨겁게 활활 타오르던 불꽃을 다시 보고 싶소.”

해는 점점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둘님이 아침밥이 담긴 대나무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나타날 것이었다. 제발하고 비차가 완성될 때까지만이라도 왜군이 그곳에 오지만 않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