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염색되지 않는다
세월은 염색되지 않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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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현대생활의 바쁜 틈바구니 속에서 잊고 살았던 것 하나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서 설명되고 수식어가 설 땅이 별로 없다. 이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찾기 위한 인간의 모습은 지금이나 예나 예사롭지 않다. 그 자체로서 그냥 즐거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의 아름다움을 열어 주는 것이 염색이고, 본질은 변신이다. 염색은 삶의 운명적인 모습을 뒤로한다. 사람과 함께 세월을 공유하고 자연의 순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삶이지만 염색은 이에 반하는 지혜와 생활의 이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꿈은 환상으로 끝나 버릴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의 몸부림이 있다. 영원을 찾고, 여백을 찾고, 아름다움을 찾는다. 염색이 설 땅은 여기다. 잠시의 변신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툰 인생의 붓칠을 하는 것이다. 잠시의 안도일 뿐이다.

▶남을 속이려면 자신부터 속여야 한다. 사람들이 굳이 머리 염색을 하는 것은 누구를 속이려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감추려는 의도는 더더욱 아니다. 이리저리 긁힌 상처가 군인에게 영광의 훈장이듯이, 백발은 우리네 삶의 훈장이다. 굳이 염색을 하는 이유는 남을 배려하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살아 온 우리가 늦게나마 남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월은 훔칠 수가 없다. 일시의 감춤인 염색은 세월을 당할 수 없다. 그 세월을 법정 스님은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세월과 인생’에서 적고 있다. 세월의 축에 한 순간의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세월이란 거스를 수가 없기에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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