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역 예쁜 토박이말 뜨고 있다
진주지역 예쁜 토박이말 뜨고 있다
  • 임명진
  • 승인 201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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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초교 전교생 이름짓기·교육청 겨루기 대회 개최
정 빛나, 최 마음, 김 아름, 이 파라나, 김 맑은 누리…

전교생이 토박이말 이름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진주 금곡초등학교 전교생 67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금곡초등학교는 진주시 금곡면에 위치한 작은 농촌학교.

1923년에 개교해 91년의 긴 역사를 가진 이 학교는 여느 농촌학교가 그렇듯이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안순화 교장과 이창수 교사 등 전 교직원이 똘똘 뭉쳐 지난 해 부터 토박이말 교육으로 지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곡초등학교는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까지 원래 이름과 함께 순 우리말 이름이 함께 기재된 명찰을 달고 있다.

3학년 강민지(10)양은 우리말 이름, ‘가람슬기’를 쓴다. 강처럼 슬기로운 아이가 되라는 뜻이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윤지나(35)교사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는 ‘윤슬’, 안순화 교장은 속이 깊고 알차다는 ‘찬뫼’다.

토박이말 일기 작성, 오늘의 토박이말, 그림 그리기, 카드놀이 등을 통해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럼없이 토박이말을 사용할 정도다.

교사들은 직접 ‘토박이말 익힘 책’을 만들어 지도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토박이말은 ‘짜장’이다. ‘정말로, 참말로’라는 뜻을 담고 있다.

5학년 최부근(12)군은 “왠지 친근감 있고 어감이 좋아 친구들끼리도 자주 쓴다”고 말했다.

6학년 정아현(13)양은 ‘맨 처음, 최초로’라는 뜻이 있는 ‘꽃등’이라는 토박이말을 가장 좋아한다.

초등학생도 영어가 필수인 게 요즘의 현실. 하지만 토박이말의 교육적인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지나 교사는 “토박이말 자체가 깨끗하고 정감 있는 단어이다 보니 친구들끼리도 더 잘 어울리고, 말수가 없는 내성적인 아이들도 대화가 부쩍 늘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순화 교장은 “우리 학생들은 언어폭력이나 욕설이 없는 청정학교라고 자부한다”면서 “초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올바른 언어 순화, 인성교육 등에 토박이말 교육은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금곡초등학교의 사례뿐만 아니라 진주지역에 토박이말 교육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주교육지원청은 오는 10월께 관내 초등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박이말 겨루기 대회를 추진 중에 있다.

진주교육청 관계자는 “토박이말은 어휘가 풍부하고 자연스레 언어 순화가 되면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순수 우리말을 되찾는 노력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주교육청은 지난 6월, 진주에 설립된 토박이말교육학회, ‘토박이말바라기’의 도움으로 지역 초등학생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를 개최했다. 지역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 토박이말 교육 활성화에 나서는 사례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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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금곡초등학교 윤지나 교사가 학생들과 토박이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교사의 왼쪽부터 이희진, 정아현, 최부근, 김민경, 김예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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