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문 교수의 의학이야기
강기문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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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암인데 항문을 살릴 수 있나요?
과거의 암 치료는 “암만 고치면 된다.”라고 생각하였지만, 최근에는 “암 치료와 함께 환자 또한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직장암으로 진단받은 50대 초반의 남성 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 암센터 외래로 찾아왔습니다. 환자는 1년 전부터 항문 가려움증과 가끔 혈변이 있어서 자가요법으로 지냈다고 합니다. 환자의 가족들도 모두 치질이 있어서 혈변을 가족력으로 생각하고 본인도 이러한 증상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변을 자주 보게 되고 나중에는 혈변의 횟수가 빈번해 져서 근처 병원을 내원하였습니다. 병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한 결과 항문 근처에 3cm 정도 크기의 직장암이 의심되어 경남지역암센터에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암센터에서 직장암이 확실한지 조직검사와 암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CT, MRI와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하여 확인해 보니 직장암 주변 림프절들이 2~3개 커져 있었으나 다행히 다른 장기로 암 전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는 이전병원에서 직장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직장암 수술을 하게 되면 항문을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 분들에게 듣고 무척 어두운 표정이었습니다.

직장암 치료법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수술을 하게 되면 항문을 보존하기 어렵고, 복부(배)로 대장을 통해서 인공항문을 만들어 암은 치료되었지만, 대변 냄새와 변을 주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등 환자 생활에 불편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본인에게 나는 대변 냄새 때문에 주변 모임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며 환자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로 항문을 없애고 인공항문을 만드는 암 치료 방법은 후진국형 치료라고 합니다. 현재는 직장암의 대부분은 수술을 먼저 하지 않고, 방사선치료를 수술 전에 해서 암을 쪼그라뜨려 수술도 쉽게 하면서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수술 전 방사선치료가 선진국형 암 치료로 대세이고,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치료법으로 대부분의 암센터병원에서 수술 전 방사선치료 방법으로 직장암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남지역암센터에서 다학제진료(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치료)팀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 환자분께 검사결과를 종합하여 항문을 살릴 수 있는 수술 전 직장암에 대한 방사선치료와 항암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해 드리니, 그제야 환자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진찰실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수술 전 방사선치료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환자와 같은 중하부에 위치한 직장암은 다른 장기의 암 전이가 없다면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우선하고 수술받는 것이 치료 성적이 좋고, 암의 크기가 줄어들게 되면 항문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단점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였더니 환자와 가족분들이 편안한 얼굴로 수술 전 방사선치료를 하기로 동의하였습니다. 수술 전 방사선치료는 약 5~6주간 주말을 제외한 매일, 28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일정 간격으로 항암제 주사를 맞는 것으로,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나서 약 6~8주 지난 뒤 다시 검사하여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수술 전 방사선 치료 시작부터 수술까지는 약 4개월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 환자는 매우 놀랍게도 수술 전 방사선치료와 항암제 치료 후 수술 전 검사에서 처음에 보였던 직장암의 흔적은 거의 다 사라지고, 직장 주위 림프절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바로 수술을 하여 성공적으로 항문을 보존할 수 있었고 수술로 떼어낸 직장조직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고 흔적만 보이는 상태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항문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진행된 직장암이라고 하더라도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되면 항문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이러한 암 치료법이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위의 환자분처럼 암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병용치료(수술, 항암제치료,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게 되면 암 치료가 되면서 인공항문이 아닌 본인의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암 치료가 가능하게 됩니다. 암 치료는 의료 환경이 의료진과 환자 간에 치료계획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고, 현재 우리 경남지역암센터 의료진은 환자의 편에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암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평소 우유, 신선한 채소, 과일을 많이 먹고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음식, 조미료나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 훈제식품, 기름기 많은 음식을 덜 먹고, 매주 3회 이상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고 금연하면 직장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경상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직장암 방사선치료
직장암환자의 방사선 치료 모습
201407 강기문교수(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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