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남을 위해 봉사해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남을 위해 봉사해야
  • 최창민
  • 승인 2014.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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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누군가 그랬다. “나라의 인사시스템이 어떻기에 저런 사람이 지금까지 공직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민망한 얘기는 이어졌다. “그것도 우리나라 1%, 아니, 공직자 0.001%에 해당하는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글쎄 말입니다.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처음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는 사족으로 덧붙여졌다. 일찍이 치료가 필요했던 개인사로 결론짓고 대화는 두루뭉술하게 마무리됐다.

제주의 밤,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여고생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돼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수사를 앞두고 있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얘기다. 민망한 사실에 참 되뇌이고 싶지 않다.

실상, 그 자신도 이런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지면서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했으니 그 마음 오죽할까 생각해보게 된다.

면직 처분돼 자연인 신분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후배에게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고, 사과까지 한마당이니, 이제는 처음에 가졌던 질책과 지탄에서 벗어나 측은지심(惻隱之心 )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수신(修身), 몸을 닦는다는 의미다. 광의적으로 보면 개인의 마음속에 악을 물리치고 선을 북돋아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0.001%에 해당하는 최고위직, 그의 수신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아니 애초부터 없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회 5선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 남모 상병이 군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남모 상병은 후임병을 폭행하고 또 다른 후임병에게 성추행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경기도 연천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노출되면서 파장이 컸다.

결국 남 지사는 사과했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이다.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남지사의 가정사까지도 보도되기도 했다.

제가(齊家), 집안을 잘 다스려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아들이 남의 아들을 폭행해 사과하고 가정사까지 나왔으니 제가의 실패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사서삼경의 ‘대학’에 나오는 말로 유교에서 강조하는 올바른 선비의 길을 말한다.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은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리며,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속뜻을 보면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후에 알게 되고, 안 후에는 뜻이 성실해지며 그 후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 몸이 닦인다. 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바르게 된다.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 나라가 다스려진다.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일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고 돼 있다.

우리는 얼마 전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인물을 만났다.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이다. 그는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으며 지난해 3월부터 제266대 교황으로 재직하고 있다.

교황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이런 말도 했다. “가난한 자는 힘든 일을 하면서 박해를 받습니다. 그런데 부자는 정의를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갈채를 받습니다.” 또 이런 말도 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살면 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공평한 세상, 무신론자에 대한 배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연, 평천하의 표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평천하는 아니더라도 치국(治國)을 꿈꾸는 선량이 있다면, 이제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들을 꼼꼼히 되뇌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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