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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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에 좋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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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의미는 두말할 필요 없이 귀한 것은 자기 자식에게 주며, 자식을 아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속담을 과학적으로 추리해 보면 꽤 흥미롭다. 배는 밤보다 pH가 낮아서 내산성 세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균은 생육이 억제되는 반면에 밤은 상처가 생기면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의 생육이 용이하다. 따라서 배보다는 밤이 부패할 경우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정말 선현들의 속담 속에서 과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배는 시원한 단맛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과일 중의 하나이다. 배 과육은 수분이 89∼90%이고, 주성분은 당분이다. 당의 함량은 보통 10∼12%인데, 이 중 설탕(3∼7%), 과당(2∼4%), 솔비톨(1.8∼3.3%), 포도당(0.7∼1.8%) 등이 함유되어 있어 맛도 좋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유기산은 보통 0.1∼0.3%로 낮은 수준이어서 신맛이 강하지 않다. 유기산 중엔 사과산, 구연산 및 주석산 등이 포함되어 있어 당질과 함께 시원한 단맛을 부여하게 된다. 배의 향기성분은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를 주축으로 하여 여러 종류의 알코올류와 휘발성 산이 조화를 이루어 배 특유의 향기를 풍기게 된다. 무기질로는 칼륨의 함량이 많아 체내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류는 다른 과일에 비해 비교적 적게 함유되어 있는 바, 비타민 B2와 비타민 C가 미량으로 존재할 뿐이다.

식당이나 가정에서 축육을 숙성시킬 때 배를 갈아서 넣거나 육회에 배를 채로 썰어서 무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과학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배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효소가 존재하므로 육 단백질의 일부를 분해시켜 육류를 부드럽게 하고,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은 후 디저트로 배를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 지는 것도 알고 보면 배 중에 함유된 소화 효소 덕분이다.

배는 살구나 감과 같은 과일과는 달리 씨를 감싸고 있는 부분에 가까워질수록 오톨도톨한 석세포(石細胞)가 있어 먹을 때 까슬까슬하게 느껴진다. 석세포는 씨를 보호하기 위하여 세포막이 두꺼워진 후막세포(厚膜細胞)인데, 리그닌(lignin)과 펜토산(pentosan)이라는 성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부터 배는 신장염 환자들의 이뇨작용 촉진이나 변비증이 있을 때 변비치료에 민간약으로 사용해 왔는데, 변비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은 소화가 안 되는 석세포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 되어 있다. 이외 석세포는 이를 깨끗이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일거양득이라는 의미로 ‘배 먹고 이 닦기’라는 말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배는 성질이 차거나 서늘하며 맛이 달고 약간 시다. 열을 없애주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멎게 하며, 오한, 발열과 더불어 가슴 속에 뭉친 열을 풀어 준다. 맛은 달고 성질이 차서 갈증에 좋고 특히 술 마신 뒤의 갈증을 치료하는 데는 더욱 좋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침과 담을 없애 주는 효과가 있다 하여 기침이 오래도록 낫지 않을 때 배의 속을 파내고 그 속에 꿀을 넣고 뚜껑을 덮은 뒤에 푹 고아서 조금씩 마시면 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때 배즙이 기관지 천식에 좋다하여 고압솥에서 추출한 배즙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로 볼 때 배즙이 기관지 천식에 좋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몇 년 전 ‘배가 발암성 물질을 신속하게 배출하기 때문에 항암 효과가 뛰어난다’ 라는 연구 발표로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식품 중 육류를 높은 온도나 직화로 조리 할 경우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류, 헤테로고리 아민류, 니트로소아민류 등 여러 종류의 발암성 물질이 생성된다. 그런데 배에는 식이섬유와 함께 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정장작용, 변비를 방지하는 솔비톨, 석세포의 주성분인 리그닌 등에 의한 쾌변으로 발암성 물질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켜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는 학설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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