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15)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15)
  • 경남일보
  • 승인 201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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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1. 둘 그리고 넷
탑승 인원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벼우면 공중에 떠 있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그만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소지도 있다. 그러면 거꾸로 뒤집히거나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떡한다? 어쩔 수 없다. 섣부른 결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론보다 실제에서 온 결과를 더 믿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아보니 그랬지. 그렇다면? 성공한 대로 하자.

하지만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정평구더러 혼자만 그 위험한 일을 하라고 해놓고, 그 자신은 뒷전에 물러앉아 구경만 할 것인가. 아니면, 나 혼자 갈 것이니 정평구 당신은 손맺고 기다리라고 할 것인가. 그러라고 하면, 우리 둘이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비차인데, 혹시 공을 너만 차지하려고 그러느냐고 반박하지는 않을는지.

그러나 그런 것을 떠나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원래 설계했던 대로 네 사람이 타도 아무 이상이 없는지는 아직 시험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성급한 마음에 두 사람만 타서 성공한 비차를 믿고 섣불리 몰고갔다가는, 시민을 구해내기는 고사하고 자칫 비차에 탑승한 모두가 한꺼번에 공중 원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가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이곳 성의 지리에 어두워서 하는 소린데…….”

정평구도 조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해왔다.

“일단 네 사람이 타서 성공하게 되면, 어느 정도 비차를 믿어도 될 것이니, 그때 가서 누가 어떤 식으로 성주를 구하는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하면 어떻겠소?”

맞는 말이었다. 사실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타서 날아올랐다고 해도 대성공이긴 했다. 그렇지만 두 명의 탑승 인원으로 비차의 완벽성 여부를 가늠하기에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되풀이하는 생각이지만, 애당초 설계도는 네 명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네 사람이 동시에 양쪽 날개를 움직여야 전후좌우로 쏠리지 않고 제대로 된 비행이 될 것이었다. 자칫 비차는 한쪽 날개가 꺾인 불구의 새가 될 위험도 높았다. 물론 첫 번째 시험비행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듯, 앞쪽 틀에 탄 두 사람만 조종을 해도 충분히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비차 제작도 계획하고 있었다.

조운은 바람기가 서서히 묻어오기 시작하는 들판을 보며,

“좋습니다. 일단 비차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야, 나라를 위기에서 건질 귀인을 태워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급한 마음에 미처 완성되지 못한 비차에 경솔하게 그런 분을 태웠다가 도리어 잘못되면 더 큰일이니까요.”

조운에게서 시민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던 정평구는,

“내 생각도 그렇소. 이건 급하면서도 절대적으로 신중을 요하는 일이오.”

그러면서 정평구는 둘님 쪽을 바라보았다. 조운은 그 눈빛에서 읽었다. 그는 이미 아내 둘님을 탑승자로 점찍어놓고 있다는 것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런 난리통에는 어딜 가도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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