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진주 유등을 생각하며
다시 진주 유등을 생각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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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청 (시인, 진주제일여고 교사)
진주 유등축제가 막이 오른 가운데 새삼 작년에 있었던 유등 문제로 인한 지자체 간의 갈등이 떠오른다. 축제는 구성원들에게 현재의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의 희망을 향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축제의 의의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 서울시는 수도 서울의 정체성에 맞는 축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로서의 넉넉한 품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진주시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이제라도 서울시는 오랜 전통과 역사가 지닌 풍부한 스토리에 걸맞은 축제를 계발하여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제 진주 유등축제의 지역적 전통과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남강유등축제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서 계승한 축제이다. 이는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 전투 때 군사적 신호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수단으로, 논개와 7만 민·관·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유등을 띄우기도 한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400여년이라는 유등의 역사와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충절, 시민의 염원이 모여 우리나라 지방예술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1949년 창제)의 프로그램인 축등설치, 유등 시가행렬 등 ‘유등대회’로 시행해 오다가 2000년부터 진주 남강유등축제로 발전하여 거듭된 변화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기에 진주남강유등축제는 타 지역과 차별되는 지역 정체성이 확고한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서울등축제는 아시다시피 한국방문의 해(2010~2012) 기념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시적으로 2009년에 시작되었다. 특별한 역사적 뿌리도 없다. 많은 사람들은 서울시가 유등 자체를 축제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유등 자체가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구축한 유등축제의 컨텐츠를 모방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유등축제는 지역민의 땀과 노력, 희망과 꿈이 담겨 있는 지역 고유의 축제이다. 축제는 그 지역의 역사를 바탕으로 정체성과 특색을 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이미 공인된 한 지역의 축제를 모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축제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 지역민의 애정과 결합하여 성장한다. 이러한 성장을 통해 전 세계가 공인하는 축제로 발전하기도 하고 그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기도 한다. 유등축제는 이제 진주의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어떤 도시의 상징이 된 축제는 오히려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축제의 테마를 그 지역의 브랜드로 인정해야 마땅한 법인데 서울시는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오히려 재를 뿌리고 있다. 서울시가 진주의 유등축제를 모방할 수 없는 것은 마치 진주시가 브라질의 삼바축제를 모방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이미 한 지역의 상징이 된 축제의 경우 그 소재마저 가져가지 않는 것이 상생을 위한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그런데 서울시는 그 소재뿐만 아니라 그 내용과 구조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고 하니,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의 자존심에 어울리는 자세인가.

서울시나 진주시나 이제 밖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나름의 도시 브랜드를 계발하여 이미지를 제고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험과 전략은 공유해야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닦아 놓은 브랜드나 이미지를 공유할 수는 없다. 만약에 브랜드나 이미지를 공유하게 되면 궁극에 가서는 둘 다 죽는다. 서울시는 서울시의 축제 브랜드를 계발해야 한다.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살려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파리나 뉴욕과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계발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 만약 서울시가 이런 마인드를 가진다면 진주가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활용되어 상생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하재청 (시인, 진주제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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