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행하효(上行下效)
상행하효(上行下效)
  • 경남일보
  • 승인 201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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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신지식인)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있다. 어떤 가치관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세상에는 영원한 생(生)이라는 것은 없다. 생명체를 가졌다면 누구도 죽음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는 각자 본분이 있다. 부모는 자식을 건강하게 양육하고 교육시켜서 올바른 사람을 만들어야 하고, 선생님은 교육자 정신으로 학생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지식인으로 육성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이끌어서 살기 좋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리드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소리만 지르고 구호만 외칠 뿐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불신사회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정치인의 신뢰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유럽 여러 국가들도 매우 낮다. 독일 7.8%, 영국 6.3%, 이탈리아 4.5%, 프랑스 3.2%에 불과하다. 미국 정치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갤럽이 미국 성인 1031명을 대상으로 연간 직업별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국회의원은 정직·도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8%에 그쳤다. 호주에서도 정치인들의 신뢰도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호주판이 호주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직업 50종의 신뢰도를 평가한 결과 정치인은 가장 못 믿을 직업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인 49위로 평가됐다.

최근 독일의 다국적 시장조사기관인 지에프케이(GFK)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국 25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23개국에서 가장 믿을수 없는 직업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반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은 25개국 중 15개국에서 소방관이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도 신뢰도가 바닥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 트랜드 모니터가 SNS 주요 이용층인 20·40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트위터 신뢰도 조사에서 정치인 트위터 내용에 대한 신뢰도는 8.3%로 꼴찌를 차지했다.

한 나라의 정치발전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다. 지금 우리는 잘못을 저질러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국회의원은 정쟁이 있으면 국회에서 토론하고 비판하고 이해하고 설득해야 된다. 군인이 군대에 있지 않으면 군인이 아니고, 선생님이 학교에 있지 않으면 선생님이 아니다. 군인이 군대에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선생님이 학교에 있어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군인이 군대를 떠나는 것과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는 것과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이제 국회의원은 국회로 돌아가서 의원으로서 직분을 수행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도 위로해 줘야겠지만 서민의 고달픔도 헤아려 줘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경제가 순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명심보감에 ‘효어친(孝於親) 자역효지(子亦孝之) 신기불효(身旣不孝) 자아효언(子何孝焉)’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부모에게 효도해야 자식도 따라서 나에게 효도할 것인데, 내가 먼저 효도함이 없이 어찌 자식에게 효도하기를 기다릴 것인가’라고 말했듯이, 리더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독서지도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식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고, 선생님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니 어찌 정상적인 독서지도가 되겠는가. 상형하효(上行下效)는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면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뜻이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게 되는 것은 엄연한 진리이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리더가 너무 몰지각하고 부도덕하기 때문에 아랫물을 더 맑게 하여 혼탁한 윗물을 맑게 해야 될는지도 모르겠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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