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합천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합천장>
  • 김상홍
  • 승인 201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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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져도 변함없는 삶의 현장
합천전통시장 (12)
합천시장 출입구 전경


합천군내에는 야로장, 가야장, 대병장, 초계장, 삼가장 등 7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그 중 합천리에 위치한 합천시장이 제일 크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들 시장들은 전통시장이라는 미명 하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궁색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7개 시장 중 그래도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합천장, 초계장, 삼가장 3곳뿐이며, 심한 곳은 점포수 11개, 1일 이용객 50명으로 고사위기에 몰려 있다. 현재 합천군에는 대형마트는 없지만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와 성업 중이며 옷, 신발 등의 쇼핑을 위해서는 대구나 진주로 나가기 때문에 3대 전통시장 역시 문은 매일 열어 놓지만 거래는 신통치 못한 수준이다.

합천군내 시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합천시장은 조선후기 현재의 영창리·옥산동 부근에 위치했다가 일제강점기에는 교동으로 옮겼다. 현재 충효로 3길의 합천성당 맞은편(구 합천축협)부근으로, 이곳이 바로 1919년 3월 19일, 20일 벌어진 만세시위의 현장이다. 500명의 군중이 이곳에서 시작하여 현재 합천우체국 위치에 있었던 경찰서까지 나아가 대치하다 일제 경찰의 발포로 4명이 순국하고 11명이 부상하는 비극을 겪었다.



합천전통시장 (17)
합천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과일전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
합천전통시장 (3)
생선가게에서 가게 주인이 생선을 손질하고있다.


합천읍과 대양면, 용주면, 율곡면 등 4개 읍·면 주민들의 경제활동의 중심지이자 군내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로 기억되는 곳이다. 예부터 가뭄이 극심할 때 시장을 옮기면(천시·遷市) 비가 내린다고 믿어 1934년 7월 일시적으로 합천교 밑으로 장터를 변경하고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광복이 되자 일본과 만주 등의 해외동포들이 귀환하여 고향 합천으로 돌아왔으나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어 교동의 합천시장 점포 2줄을 주택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지대가 낮아 홍수피해가 심하고 장소도 협소하여 1950년 이전했으며 현재의 중흥동 합천여자고등학교 북편이다. 역시 가뭄이 심할 때는 비 오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대양면 정양리(현 고려병원 앞 도로)쪽으로 일시 시장을 옮긴 적도 있었다.

현재 합천시장이 위치한 옥산동으로의 이전은 1954년에 이뤄졌는데, 수해방지와 신시가지 건설계획에 따른 것이다. 당시는 목조 슬레이트 건물 69동(356칸)의 장옥(場屋)에 5일마다 개장하는 정기시장이었으나 시장의 현대화와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1986년부터 상설시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종래와 같이 3·8일의 정기시장이 개장되고 있다. ‘합천군통합 100년 역사이야기’에 보면 본격적으로 현대화되기 직전인 1985년 무렵의 합천시장 모습을 상세히 묘사해 놓고 있다. 여기에는 ‘예전 시골장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평하면서 당시 합천의 특산품인 왕골제품과 민물고기, 산채를 주요 거래물품으로 들고 있다.



합천전통시장 (2)
한 아주머니가 산채, 고구마 등을 팔기 위해 나왔다.
합천전통시장 (11)
합천 인근 산에서 채취, 팔러나온 산나물들.


1950년대 초반의 합천시장을 기억하는 민선 1·2기 합천군수를 지낸 강석정(74) 선생은 “교동에서 중흥동으로 시장을 옮기고 나서 야바위꾼이 많았어. 상이군인단체에서 모여서 돈 걸어 놓고 총 쏘아갖고 몇 번 맞히나 내기하는 사행행위를 많이 하고 그랬는데. 돈도 많이 꼴아박고(웃음)…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 엿도 사먹어보고….” 이어 그는 “땔감은 새벽부터 나와도 장날 아니라도 새벽부터 30리 바깥에서 나무를 짊어지고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읍에 도착하는기라. 그때는 땔감시장이 제일 컸지. 그리고 싸전, 곡물전, 생선전 등등. 가축시장은 경남에서 2번째 갈 정도로 컸다. 일반시장 옆에 별도로 있었지”라고 기억을 회상한다.

합천군은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인 아케이드 설치사업, 시장바닥 정비, 비가림시설, 주차장 조성, 인도 조성 등에 30여억원을 투입해 합천시장을 찾는 고객이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매년 합천사랑상품권과 재래시장 상품권 10억원을 발행하여 재래시장에서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합천전통시장 (1)
합천시장을 찾은 한 아주머니가 물건 값을 흥정하고 있다.




합천시장에는 생활필수품과 함께 농산물, 왕골(완초)제품이 중심이 되어 있다. 왕골제품은 합천의 특산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가을철이 되면 많은 왕골제품이 넘칠 듯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리고 뱀장어, 가물치, 붕어 등의 담수어나 더덕, 고사리 등의 산채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담수어는 합천지방이 저지대이기 때문에 인근 저수지에서 잡은 것이며 산채는 가야산 등 산야에서 채집된 것이다.

2014년 현재 합천시장은 대지 4711㎡에 지상 1층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인데 건물연면적은 2803㎡이고 점포수는 159개이다. 최근 매출액은 연 200억원에 이르며 1일 이용객은 약 600명으로 집계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산물의 종류도 바뀌어 요즘에는 딸기, 수박, 배, 양파 등을 꼽으며 특히 돼지국밥이 유명하여 매년 9월 8일 ‘국밥데이’행사를 하고 있다. 또 시장활성화를 위한 행사로 ‘합천시장배 남녀씨름대회’도 매년 개최한다.


합천전통시장 (8)
외국인들도 장을 보러 온 모습.
합천전통시장 (14)
건어물 상이 고추를 팔고 난 뒤 돈을 세고 있다.


합천전통시장 (4)
합천시장을 찾은 고객이 물건값을 물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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