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와 디톡스
디지털 시대와 디톡스
  • 경남일보
  • 승인 201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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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자동차가 처음으로 발명되었을 때 거리에는 마차와 자동차가 뒤섞여서 달리고 있었다. 향후 자동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타이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기술자와 반대로 마차를 빨리 달리기 위해 말발굽을 개량하는 전통 기술자가 존재했다. 그 후 마차 기술자는 자신의 클리셰(Cliche·고정관념)에 갇혀 기술변화를 거역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각자 손에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며 컴퓨터를 활용한 작업이 이뤄지는 정보기술(ICT) 시대에 인터넷과 각종 디지털기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구세대로 취급받기 쉽다.

기술발달에 따른 변화의 방향과 더불어 정보기기의 편리함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중독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손상시킨다는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습관적이라 식사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은 작은 네모상자에 갇혀 버린 현대인의 모습이다.

만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는 휴대전화나 PDA, 컴퓨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디지털 치매’라고 정의하고 있다. 절친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손글씨보다 키보드나 휴대폰 문자판이 편한 현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정신활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퇴보시켜서 통제력 상실, 정신적·신체적 몰락의 진행, 사회적 고립,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알렉스 륄레(Alex Ryhle)는 ‘달콤한 로그아웃’에서 문예부 신문기자가 6개월 동안 인터넷 없이 생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넷을 하면서 놓치는 것들, 인터넷 금단의 여러 증상들, 아날로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아날로그 삶이 주는 소소한 행복들을 나열하면서 결론적으로 인생의 지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타인과 인간적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중독을 해독하기 위해 사람 간의 만남과 행복을 키우려는 운동이다. 먼저 스마트폰 의존을 줄이는 것으로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삭제하고, 일정 시간을 정해 전원을 끄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꺼라.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츠(Eric Schmidt)의 말이고, “집에서 아이패드 쓰지 마라”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한 말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기가 등장하겠지만 편리함에 함몰되기보다 자신이 직접 몸으로 움직여 얻는 경험의 불편함이 더 필요하다. 기술과 화합하지만 노예가 되지 않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가 요구된다.
 
전찬열 (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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