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의 계절
국화의 계절
  • 경남일보
  • 승인 201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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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시인)
진주의 가을은 남강과 촉석루를 중심으로 한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와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진주의 10월 축제’가 한바탕 막을 내리고 지금 영천강 문산벌은 국화축제로 한창이다.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담당자들, 그리고 진주국화연구회와 취미농가들이 정성 들여 가꾼 4만여점의 국화들이 형형색색 물결치듯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집현 신당 양묘장에서 꼬박 일년 동안 국화농사를 지어 1500송이 대륜대작을 비롯하여 현애국, 스프레이국, 포토먼국, 시드면국, 분재국 등 다양한 종류의 국화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양묘장 아지매들은 꽃이 피는 9~10월이 되면 눈만 뜨면 양묘장에 가고 싶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여 삶 자체가 온통 국화가 되어 버렸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단년생으로 키우는 국화는 한 해 꽃을 피우고 나면 자연으로 회귀시키고 또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모종을 새로 하고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한여름을 견디면서는 벌레가 많이 꼬이기 때문에 병해충 관리를 잘해야 하고, 특히 물 관리에 신경을 쓰는데 자식 키울 때 이상의 많은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자식같이 키우는 꽃에 이상이 오면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마음이 쓰이는데, 애지중지 키워 전시장에 선을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고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하니, 국화꽃을 피우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짐작하게 된다.

시민들의 의식도 고양되고 관람문화가 높아져서 꽃을 만지거나 꺾거나 해서 훼손시키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하니 진주시민의 긍지를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키웠는데 홍보가 더 많이 되어서 진주시민들 한사람이라도 더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아지매들이 입을 모은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국화사랑 백일장과 미술실기대회가 진주시 농축산과의 지원으로 현장에서 열렸다. 진주시내 초·중·고 학생들과 일반부로 나뉘어 각자의 예술적 기량을 발휘하는 마당은 진주시의 밝은 미래이고 희망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참가자들도 국화 사이에서 유난한 감성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좋은 작품이 탄생되었다. 더불어 전시장에는 진주문인협의 시화전도 열리고 있어 시의 향기가 꽃과 함께 어우러지니 정갈한 느낌도 있고 한결 품격이 있어 보인다. 전시장을 돌다가 쉴겸 국화차 시음도 하고 갖가지 농산물도 판매하니 볼거리도 넉넉하다. 국화모종과 작품으로 만든 분재국화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수익금의 일부는 불우이웃를 돕는다고 한다.
황숙자 (시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는데, 꽃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에 인간이 덤으로 얻는 효과도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꽃내음이 진동한다. 그윽한 국화향기 속에서 종합경기장 둘레길을 걸으니 누군가 보내주는 따뜻한 온기같고 위로같이 가슴이 저며 온다. 좀 더 오래 우리곁에 머물다 가길 바라지만 영원한 것은 어디 있겠는가. 샛강으로 흐르는 영천강에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하얗게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국화 꽃송이들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지상에 내려온 별이다. 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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