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초보 마라토너의 첫 완주
[독자시]초보 마라토너의 첫 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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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주(走)는 짜릿한 쾌감

머리가 가뿐하게 골깨지는 기쁨이다.

거리주(走)는 느긋한 행복감

가슴 뻐근하게 마음 터지는 즐거움이다.



온힘을 다해 달려온 몸이

그 거친 숨소리, 허덕이는 소리

내 몸이 견디어 내기 힘들 정도로

허물어지는 모습, 숨넘어 가는 소리



그렇게 힘든 고비를 몇번이고 넘기고서야

발을 끌고 몸을 이끌고 이곳 결승점까지

견디어 내며 달려온 스스로가 너무 대견해서

“야, 해 냈다. 완주했다. 내가 기어코 해냈다.”

골백번 속으로 저 깊은 울림으로 소리친다.



내게도 이런 고통을 이겨낼 능력이 있었구나.

자신감 기쁨 환희가 막 몰아쳐 올 때면

알지 못할 울음이 꺼이꺼이 북받쳐 올라

바가지 눈물을 줄줄 쏟아낸다.

나를 이겨내고 끝까지 해냈다는 충만감이

폭풍울음 터뜨리는 환호로 다가온다.



아하, 세상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

아, 마라톤에 도전하기를 참 잘했다.

아, 이 순간 너무 행복이고 가슴 벅차다.



일년 넘어 죽어라고 몸 단련하고 맘 훈련하고

그 끝자락에 오늘 마라톤 첫 완주를 해냈다.

잠시 숨 고르고 다리 풀고 몸 다스리고 나서

한마디 한다.“이 고통스러운 짓 다신 안 한다”

돌아서서 휘청거리며 한마디 더 보탠다.

“다음 대회 언제지요? 으하하!”



역시 마라톤 수련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아가동장·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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