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을 부추기는 SNS 화법
불통을 부추기는 SNS 화법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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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청 ·시인 · 진주제일여고 교사
지난달 29일 SNS에 한 누리꾼이 올린 “평상시에 노래 쳐듣지도 않다가 꼭 누구 죽으면 마치 지인인 양 XX들 해요. 꼴깝한다들”이란 글에 강원래가 ‘공감100%’라는 댓글을 단 것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강원래는 평소 신해철의 노래에 별 관심이 없으면서 그의 죽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갑자기 지나친 관심을 드러내는 누리꾼들의 행태를 꼬집은 글에 대해 그냥 단순히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했을까?

사실 한 네티즌의 의견에 강원래가 동조한 것이 틀린 주장만도 아니다. 충분히 피력할 수 있는 하나의 생각이다. ‘공감100%’라는 댓글만으로 어떤 뉘앙스가 담겨 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추측컨대 고 신해철에 대한 애도 자체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너무 나서는 일부 네티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사이버 공간에서 ‘애도’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누리꾼들이 이러한 맥락을 따져서 읽어내기에는 대체로 너무 성급한 경향이 있다. 강원래는 우선 이 점을 간과했거나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문제가 된 누리꾼의 글은 충분한 설명이 없는 단문으로 그 표현이 거칠기 짝이 없다. 이것은 동문서답식 표현과 더불어 SNS 문장의 한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그 진의보다는 표피만 전달되기 쉽다. SNS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사적인 영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발언이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경우 종종 공적인 영역으로 전환하면서 불통의 한 요인이 되고, 이러한 불통이 새로운 이슈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만약 같은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어땠을까? “죽고 난 뒤에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나르시시즘에 불과하다는 생각. 사랑과 용서에 죽음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사랑과 용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랑과 용서는 마땅히 삶에 주어지는 것이 기본일 터, 살아 있을 때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그리고 죽고 난 후에도 그것이 이어지기를. 평소에 주변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기를. 죽은 후에 후회 없도록.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사랑받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sns 인용) 문제가 된 글과 이 글은 기본적인 맥락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화법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다중들을 상대하는 공간에서는 화법의 차이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SNS는 일반 누리꾼들에게는 사적인 공간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정치인이나 연예인에게는 이미 공적인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발언이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다중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를 헤아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SNS에서 화법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한 네티즌의 생각에 대해 강원래가 동조한 맥락은 이해가 되나 시기가 부적절했거나 조금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한다. SNS라 할지라도, 더구나 그가 공인이라면 특히 상황과 맥락과 다중의 수용까지 고려하는 글 한 줄의 신중함이 필요한 시대이다.
 
 
하재청 ·시인 · 진주제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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