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달
가장 빠른 달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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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소설가)
전미야
일 년 중 가장 빠르게 가는 달은 11월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치상의 날짜가 적은 2월은 그저 짧다, 하고 말지만 11월이면 ‘날짜’라는 단위가 ‘세월’이란 단위로 바뀌어 인지되면서 한 해가 다 간다는 세월의 빠름이 실감되는 것이지요. 정작의 마지막 달은 12월입니다만 막상 그 달에 들어서는 해가 바뀐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는 점도 있겠고, 또 심정적으로나 실제적으로도 분주한 일들이 많아 그런저런 생각에 잠길 여유가 적다보니 빠르게 느껴지기로는 11월이 그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는 말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제 또 해가 바뀐다고 생각하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는 것도 그렇지만 보다는 그 무상함에 쓸쓸해지기도 하고 문득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이만큼 살아온 햇수에 또 하나가 보태진다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웬만큼 나이 먹은 사람으로써야 당연하겠지만 새삼 자기가 짊어진 숫자를 따져보면서 앞으로 남은 생도 헤아려보게 되는 것이지요.

글쎄, 내게 남은 생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콜린 블랙모어는 2050년이면 인간의 평균 한계수명이 120세가 될 거라 했고, 인간 수명이 500세까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합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나에게까지 해당되지는 않을 터이지만 우리나라가 해방 될 무렵의 평균수명이 50을 넘지 못했는데 지금은 80을 육박하는 걸 보면 결코 허황된 얘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지속되어온 욕망 중 하나이지요. 보도된 대로 수명 연장이 가능해진다 해도 거기에는 삶의 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 생명 연장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나 역시 오래 살기보다는 삶의 질과 거기 부여하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야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50년을 사나 100년을 사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어떤 생을 살았느냐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날짜’보다는 ‘세월’을 생각하게 하는 11월도 깊어지고, 바람은 점차 더 스산해집니다. 이 달이 다 가기 전에 남강변에라도 한번 나가봐야 되겠습니다. 우리 고장에서 남강이라면 세월과 동의어로 봐도 무방할 터인데, 그 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내게 주어진 생의 의미와 올 한 해의 마무리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전미야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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