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바꿔 생각해 보기
입장바꿔 생각해 보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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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두상 (진주 중앙중학교 교사)
제두상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기란 그렇게 쉬운 것 같지 않다. 가정에서도 부모의 입장, 남편의 입장, 자식의 입장에서 계획했던 대로 상대가 따라주지 않거나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을 때 서운하고 불편한 감정이 앞서는 것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족해서일까.

수업시간에 ‘나의 마음을 비추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자’라는 주제로 글을 써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활하면서 나의 입장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로 엄마·아빠 입장도 되어보고 동생 입장, 친구입장까지 생각해 보게 했다. 용돈 올려주기,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것 등 다양한 요구를 했지만, 부모님 입장이 되어 보니 너무 자신의 생각만 했다며 앞으로는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그리고 친구가 따돌림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 모른 척했는데, 그 친구 입장이 되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사소한 일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리라고 다짐하는 말을 들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멋진 젊은이로 성장할 그날을 그려보니 크나큰 기쁨이 몰려온다.

문득 중학교 2학년인 나의 아들에게 위의 주제를 제시했을 때 과연 어떨까를 생각해 보며 빙그레 웃어본다. 오래전에 읽었던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에서 ‘잘 물든 단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침을 경계하고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라는 구절이 오늘따라 마음에 와 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식에게도 잔소리와 간섭이 늘어가는 아비가 아닌 차분하게 자식을 바라보고, 아이의 생각을 받아들여 주는 여유가 필요한데 기다려 주지 못하는 조급함이 먼저 달려와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곤 한다.

부모와 자식이 솔직한 마음으로 털어놓는 말은 굽이쳐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상대가 하는 말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흐름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 흐름이 상대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경청한다면 잔잔하게 흘러갈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대화의 흐름은 낭떠러지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거센 감정의 흐름이 되어 상대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낼 것이다.
제두상 (진주 중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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