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昇華)
승화(昇華)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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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 경찰서장)
강선주
어느 여인이 한 강연장에서 카네기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고 한다. 그런데 카네기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화를 내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카네기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험한 말을 듣고도 참을 수가 있나요?” 그러자 카네기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여자가 내 아내가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생각하니 나도 몰래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그 여인이 내 아내였다면 저는 온전하게 세상을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간혹 경우도 없고, 예의도 없고, 안하무인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대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분개하고 비난하면서 공격하기보다는 카네기와 같이 그 사람이 내 아내가 아니고, 내 가족이 아니고, 내 가까운 사람이 아닌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심리적 작용을 승화(昇華)라고 하는데, 원래 정신분석 이론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원시적이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동기나 욕구를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동기나 욕구로 대치시키거나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의 한 사람이고 반전 사상가인 송견은 ‘누가 나를 업신여긴다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치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견모불욕(見侮不辱)’을 주장했다. 모욕을 당해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백정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 ‘과하지욕(袴下之辱)’이라는 고사를 만들어 낸 한신(韓信)도 견모불욕을 잘 실천한 사람이고, 이러한 견모불욕은 승화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실비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다가 그 중 한 친구가 취기가 과했던지 갑자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험담을 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 친구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실망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어서 나오고 말았다. 다음 날 그 친구의 사과전화를 받고는 잘 참아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범인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인격의 수준을 자탄했던 일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역겨운 일을 승화시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세상은 당장에라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 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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